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양 미술작품을 통해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 시간, <명화에서 배운다>, 그 첫 번째 편을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서양화, 그 중에서도 역사화는 역사사건과 그 주인공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으로서 그림의 소재가 된 대상에 대한 당대의 인식과 관념이 반영돼 있습니다. 또한 화가 개인의 생각과 철학이 투영돼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림의 전체적인 화풍, 표현 기법, 구도, 인물의 표정과 시선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화 속 위인과 그 배경이 된 역사사건으로부터 특별한 인상과 감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인이 표상하는 리더십과 시대정신, 역사사건이 상징하는 교훈과 가르침이 한 폭의 그림에 오롯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화는 역사서나 역사가(歌)와는 달리 인간의 감각 중 가장 강렬한 시각을 자극시키는 매체로서 그림으로부터 얻는 감상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아래 그림을 한번 보실까요?


 
이미지 제공 : 아트북스 출판사
이매뉴얼 고틀립 로이체,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 캔버스에 유채, 378.5 X 647.7cm, 1851,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19세기 미국화가 이매뉴얼 고틀립 로이체의 「델라웨어강을 건너는 워싱턴」입니다. 이 그림의 배경은 미국 독립전쟁 중 트렌턴 전투입니다.

1776년 미합중국은 영국에 대해 독립을 선포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영국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집니다. 정규군인 영국군과는 달리 비정규군인 미국군은 처음부터 전력이 열등하여 전세는 전투를 거듭할수록 기울어만 갔습니다. 밀리고 밀려 마침내 델라웨어강 건너편까지 밀려나고만 미국군. 계속된 패전으로 군대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탈영병과 적군의 위협에 미국독립군의 수장 조지 워싱턴은 사생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맞닥뜨립니다.

때는 한겨울 혹한이 몰아치던 크리스마스. 1776년 12월 25일을 디데이로 잡은 워싱턴은 남아있는 병력을 이끌고 얼음이 떠다니는 델라웨어강에 도착, 야음을 틈타 도하작전을 펼칩니다. 뉴저지 트렌턴에서 경계를 늦추고 있던 적군은 갑작스런 기습에 놀라 대패하고 말았고, 워싱턴은 포로만 900명을 사로잡는 전과를 거두며 개가를 올립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더욱 빛을 발한 조지 워싱턴의 불굴의 의지와 미국 독립이라는 뚜렷한 비전이 세계사를 바꾼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모두가 실패와 포기를 떠올릴 때 워싱턴은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중했습니다. 승리를 향한 집념과 휘하 장교와 병사들을 아우르는 그의 리더십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입니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보죠. 이 그림에서 워싱턴과 미국군은 어둑어둑한 오른편에서 밝은 왼편으로 배를 몰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강을 건너 적군을 패퇴시키면 미국 독립이라는 염원이 이루어지는 역사의 대전환이 시작될 것입니다. 워싱턴의 당당하고 진취적인 자세와 결연한 눈빛을 통해 화가는 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힘차게 노를 젓고, 소총을 굳게 부여잡고, 깃발을 곧추세운 병사들의 모습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의 의지로 똘똘 뭉친 단결된 조직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렌턴 전투를 기점으로 승기를 가져온 미국군은 마침내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죠. 미국의 독립이라는 확고하고 명확한 비전, 이를 실천하는 결연한 의지의 표상이었습니다. 

그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한 신사가 말을 타고 가다가 병사들이 큰 나무를 나르느라 애쓰는 모습을 봤습니다. 옆에서 장교는 구령만 붙일 뿐 함께 나무를 나르진 않고 있었죠. 신사가 왜 같이 나르지 않는지 장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졸병이 아니오. 지휘하는 게 내 일이란 말이오."
그러자 신사는 말에서 내려 병사들과 함께 나무를 날랐다고 합니다. 그러고나서 말에 오른 신사가 장교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일이 또 있거든 주저 말고 총사령관을 부르게."

그제야 장교는 그 신사가 조지 워싱턴 장군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트렌턴 전투에서 비전의 화신의 모습을 보여준 조지 워싱턴. 그 근간에는
 
아무리 작은 일에도 솔선수범하고,
조직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현재에 충실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