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이 곳에서 특히 마음이 맞는 사람과는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같이 상사 흉을 보고, 술을 마시면서 동료애를 다져가죠. 하지만 아무리 친하고 가깝게 지내도 '직장 친구' 보다는 '직장 동료'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은 왜일까요.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저자는 책 <당신과 나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받기 위한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무조건 친하게 잘 지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에게 침범당하고 싶지 않는 공간이 있는데, 이것을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라고 정의합니다.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할 정도로 상대방이 너무 가깝게 다가오면 '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구속하려 들까봐' 겁을 먹게 되고, 상대방이 너무 멀어지면 오히려 '내가 혼자 남겨질 지 모르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너무 가까워서 상처주지 않고, 또 너무 멀어져서 외롭지 않은 '적당한 거리'를 찾아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여기서 적당한 거리란, 가족과 연인 같은 '밀접한 거리(0~46cm)', 친구나 그만큼 가깝게 느끼는 사람 사이에서의 '개인적 거리 (46cm~1.2m)', 비개인적인 업무가 행해지며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사회적 거리 (1.2m~3.6m)'로 구분합니다. 직장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거리'겠죠. 직장 친구보다 직장 동료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은 아마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직장은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들이 일을 매개로 만나 어떤 일을 같이 해 나가는 공적인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고, 일을 통해 자신을 실현해 나갑니다. 때때로 경쟁을 통해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승진하고,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되죠. 출발선은 같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개인적인 상황이나 능력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동료와 함께 일을 하다보면 친근감이나 유대감, 협동심 등도 물론 생겨나지만, 경쟁 체제라는 기본적인 현실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시기심, 우월감과 열등감, 경계심 등 부정적인 심리적 요소가 뒤따르게 됩니다. 결코 '사회적 거리' 이하로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책 <당신과 나 사이>의 저자는 직장에서의 관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신적 처방으로 '직장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들어간 곳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들어간 곳이다', '회사 사람은 일을 매개로 만난 계약 관계일 뿐이다' 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런 표현이 너무 비인간적이다, 삭막하다고 느껴지시나요?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는 이렇게 직장 내 인간관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오히려 상대를 덜 감정적으로 대하고, 일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에서 만난 친한 동료에게 절대 깊은 속내나 사생활을 서로 털어놓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우리 사이가 그 정도도 안되냐"고 서운해 한다거나 앞으로도 그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상대방에게 혹시나 뒤통수를 맞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얘기하는 식으로 선을 두면 된다는 것이죠. 


책에는 '왜 우리 회사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을까?', '회사에서 싫은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등 직장 내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관계 갈등 문제로 답답한 이들을 위한 인생 선배의 따뜻한 조언이 담겨있습니다. 상처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을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 가는 데 북모닝 4월의 도서 <당신과 나 사이>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