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고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태어나서 몇 년 동안은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인간으로서 유능해지기까지 최소 몇십 년 이상은 걸립니다.

생후 몇 시간 뒤면 뛰어다닐 수 있는 말이나 몇 주만 지나면 스스로 나무타기를 시도할 수 있을만큼 성장하는 원숭이와는 다르게, 인간은 무언가를 붙잡고 일어서는 데만도 몇 달이 걸립니다. 인류사에서 보면 인간 아기의 성장은 집단 자원을 축내는, 다소 비효율적인 과정인 듯 합니다. 적어도 생후 3년에서 5년 동안은 자기가 먹을 식량을 만들어내거나 운반하지도 못하고, 포식자를 막거나 일상 활동을 돕지도 못하니까요.


 

그런데 바로 이 사실 안에 인류 성공의 열쇠가 있다고 합니다. 뇌와 몸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기를 오랜 시간동안 사회 집단에서 길러냄으로써 학습과 복잡한 뇌 발달이 가능해지고, 혁신과 상상력, 창의력을 위한 잠재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류학자 아구스틴 푸엔테스는 책 《크리에이티브》에서 이처럼 인류의 진화를 이끈 결정적 원리를 한 단어로 명쾌하게 제시합니다. 바로 '창의성'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창의성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고도의 협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상상을 실현하는 집단적인 능력을 말합니다. 오늘날 저녁밥으론 뭘 먹을까, 어떻게 가족과 아이에게 기쁨을 줄까, 어떤 사업을 시작해야 할까, 하는 매일의 일상에서 발휘하는 창의력이 인간이 문자로 역사를 기록하기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원의 증거는 200만 년 전 등장한 '돌로 만든 칼날'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