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헌식 평론가 / 북모닝 북멘토

 
“레고는 끝났다.
미래에는 컴퓨터 게임과 같이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놀이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수많은 연구 빅데이터들이 지적한 내용이다. 아이들은 참을성 없이 단기간의 성과를 내는 놀이에 더 흥미를 갖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기에 레고처럼 인내심을 요하는 놀이는 이제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레고 조사원들은 소년들을 하나하나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낡은 운동화를 내민 한 소년은 레고마니아이면서 스케이트보드도 잘 탔다. 스케이트보드는 난이도가 있었고 그것을 잘 탄다는 것은 우월한 소셜 화폐 즉 훈장이었다. 이에 레고는 복잡하고 세밀한 레고 상품을 내놨고 2016년 6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고객을 확보했다. 작은 아이의 낡은 운동화에서 얻은 통찰력 때문에 가능했다.

대물, 대박, 대마불사 그리고 빅데이터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큰 것을 좋아한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큰 것에 대한 선망이 있는 듯싶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해서 간과하기 쉽다. 다윗의 돌멩이에 골리앗은 무너지고 말았는데 말이다. 만약 다윗이 골리앗과 같이 병장기를 들고 갑옷을 입고 나아갔다면 한방에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데이터도 무조건 많은 양이 있으면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그 데이터가 양질의 데이터인지 그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 수단과 모델이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빅데이터가 부각된 것은 스마트 모바일의 활성화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므로 이 흔적을 잘 헤아리면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러한 흔적이 반드시 미래에 다시 반복될지는 알 수가 없다. 과거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새로운 인공지능의 탄생을 알렸고 알파고의 지능 모델인 딥 러닝 즉 심층 학습모델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디지털 세상의 데이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인공지능도 역시 과거 데이터에 기본을 둘 뿐이며,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헤아리기에는 부족하다. 풍자나 조롱, 반어법, 중의법을 모두 헤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단순히 특정 단어가 많이 반복되어 등장한다고 하여 좋아한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빅데이터는 사람을 직접 만나고 얻은 결과가 아니다. 간접적인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사람들의 욕망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미래에 아니 지금 시간에도 생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고 멋진 발견>의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데이터보다는 사람에게 주목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책상을 박차고 나가야 할 것 같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데이터 분석에 의존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매출과 이익을 위해 사람이 원하는 가치를 놓치고 마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자는 ‘언메트니즈’(Unmet needs)라는 개념을 말한다.

언메트니즈는 현상의 표면에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욕구의 본질, 아직 충족되지 않는 본질을 말한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개인의 취향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졌는데 온라인 모바일 이용 데이터는 삶의 맥락속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행동과 욕구를 담아낼 수가 없다. 저자는 이럴수록 혁신의 작은 실마리, 스몰데이터에 주목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데이터 자체가 아닌 데이터와 사람의 욕구 사이의 해석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언메트니즈’의 생각도구로 ‘와이 씽킹’(Why Thinking)을 제시하며, 현상의 진짜 이유와 새로운 관점으로 사고 통찰하여 표현된 니즈와 잠재니즈를 분별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공감습관과 관찰습관을 강조하는데 이는 모두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같이 어울리고 그들 삶 속에서 불편한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 결국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