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 북모닝 북멘토


<기획자의 습관>의 저자는 ‘별 것 아닌 습관들이 어떻게 기획력을 증대시켜주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기호학을 공부한 이답게, ‘기호(sign)’로부터 기획의 의미를 정의한다. 기호를 이해하고, 그 ‘의미(significance)’를 공부하고, 그 의미 자체를 필요에 따라서 과감히 ‘해체(de-)‘하여 재구축하는 디자인(design)하는 게 바로 기획이다. 기획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되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숱한 기획을 한다.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음식점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료들과 이전에 어느 음식점을 갔고, 동료들이 최근에 음식점에 관해 한 얘기들을 반추하는 게 바로 '타겟 분석'이다. 이어 회사 바깥 친구들에게 괜찮았던 곳들 이야기를 듣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는 건 '트렌드 조사'이다. 음식점 후보가 떠오르면 갔다 온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본다. 이게 바로 '소비자 조사'가 된다. 음식점에 가서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매장 안팎 분위기를 보며 현장 참여-관찰을 하고, 자리를 잡고 구매를 한다. 이어 후기를 올리며 평가를 해서 사람들과 나눈다. 일련의 이 과정이 마케팅 프로젝트를 위한 기획 과정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바로 내일 출근할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 주말에 어느 곳을 방문할지 모두가 기획의 틀과 과정으로 좀 더 풍요한 의미와 즐거운 결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일상 속의 기획’ 연습이 되고, 기획력을 제고하는 밑바탕이 된다. 저자가 내세우는 집필 의도이다.
 

 



책에는 기획을 위해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팁들이 있다. 저자가 직접 수행했던 사례와 독자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풍경과 현상과 함께 제시되는 게 이 책의 큰 미덕이다. 그런 팁들 중 주요한 것들을 보자.


□ 요즘 공간 기획의 핵심은 ‘사진 한 컷’이 잘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 사진으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해시태그,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현황 파악과 비교가 가능하다.
□ 서점에 들르자. 관심 사항,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 완독 콤플렉스에서 빠져 나와라.
□ 회의록과 브리프를 작성하라. 특히 ‘사실, 의견, 크리에이티브’를 확실하게 구분하라.
□ 이메일 폴더 관리는 ‘개인, 업무, 프로젝트.로 나눠서 하라. 이메일의 제목은 명확하게 고쳐 쓰는 습관을 들여라. 그래야 분류와 관리가 용이해진다.
□ 인터뷰할 때 전문가 흉내를 내지 말라. 모르는 것처럼 질문할 때도 있어야 한다.
□ 스터디 모임을 가져라. 거기서 발제는 완전한 글쓰기 형태로 하라. 가급적 모든 글을 마침표로 끝나는 완성된 문장으로 적도록 노력하라.
□ 책을 읽을 때 저자, 텍스트, 독자를 모두 읽도록 하라. 독자는 소비자이면서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 그래서 부끄럽기보다 정리된 리스트를 보면서 자극이 되고, 더 좋은 기획을 위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하면 동기 부여가 된다.


성격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하듯, 기획자도 논리적인 접근을 하는 전략가 타입과 때로는 엉뚱하지만 창의성을 높이 사는 크리에이터형으로 나뉜다. 어떤 타입이든 모든 인간은, 우리 모두는 기획자이다. 당신은 어떤 기획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