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 북모닝 북멘토)
 


사진작가 양현모는 2010년부터 독특한 방식으로 한국 사찰의 전통 탑들 사진을 찍었다. 그는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탑 뒤에 검은 장막을 쳐서 배경을 없애버린다. 탑 자체의 조형미와 섬세함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배경을 가리고 오로지 탑에 집중하도록 만든다는 의도이다.
 

(사진) 진천사지 3층석탑




그런데 주위 경관, 특히 자연 산세와 어우러진 조화가 한국 탑을 아름답게 만들고 다른 나라의 탑들과 대비하여 도드라지는 핵심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중고교 역사나 미술 시간에도 그렇게 배웠다. 당연히 예술로서의 탑에 대해 전통적인 시각을 견지한 이들에게서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뉴욕에서 두 차례 탑 사진 전시회를 하며 호평을 받았지만, 탑의 배경을 가린 그의 시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찬반 논쟁이 진행 중이다.


책 <어디서 살 것인가>의 저자 유현준 교수는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이미 근처에 존재하는 다른 건물과 둘러싼 환경을 ‘주변 컨텍스트’라고 한다. 그러면서 신축 건물이 ‘때로는’ 주변 컨텍스트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신축 건물들이 주위의 다른 건물들과 다른 양식을 시도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p.156)


 

(사진) 서울시민청의 현재와 과거



그런 대표적인 건물로 그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서울시민청을 들었다. 두 건물 모두 설계가 공개된 이후부터 건축 기간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신축 건물과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이란 소재가 나오면 바로 논란의 대상으로 소환되곤 한다.

유현준 교수는 그런 건물들이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새로운 시도로 인정받고 공헌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주위와의 조화만 강조하면 결국 새로운 시도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답습일 뿐이고, 역사가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라고 할 때 동등한 상태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식이라는 것이다.



양현모 사진작가의 배경을 가린 탑 사진작품들이나 DDP나 서울시민청과 같은 새로운 양식을 추구한 건물들에 대한 평가는 정답이 없다. 주위와의 조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것인가, 건물이나 탑이란 조형물에 집중하고, 거기서 정반합과 같이 새로운 시각을 틔우고 세워 나갈 것인가.

 
(사진) 개심사지 5층석탑



같은 탑을 찍었는데, 배경을 둔 것과 장막으로 가린 사진이 있다. 그리고 서울시민청이 생기기 이전과 이후의 사진들을 보고 자연스러운 주위와의 조화와 그에 상관 없는 독창성과 새로운 도전 중 어디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할까 얘기해보자.



석탑 사진 제공 : 양현모 사진작가
서울시민청 사진 제공 : 서울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