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교보문고 김헌식 북멘토(문화평론가)

천재라고 말할 때 아무도 이견이 없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아인슈타인, 사람들은 그의 천재적인 뇌를 궁금해 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뇌를 해부했더니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고 한다. 약간의 주름이 깊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영재발굴단’이라는 게 있는데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재들은 모두 혼자 등장했다. 천재처럼 주로 혼자 하는 일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수학영재는 말할 것도 없고 악기 연주에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며 결과를 낳아야 하는 이 세상은 혼자만 능력을 갖고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에릭 와이너의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천재를 탐구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뇌에 집중하지 않는다. 개별 사람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공간에 집중한다. 아테네, 항저우, 피렌체, 에든버러, 콜키타, 빈, 실리콘밸리 등이 그 탐구의 대상이 된다. 이런 공간에 집중하는 것은 혼자만의 재능으로는 천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천재는 ‘관계’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경제와 사회, 문화적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시기에 천재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 이유는 천재사이에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악보를 멋지게 옮겨준 것은 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난네를)였다. 저자는 모차르트는 동료 작가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며 그가 이탈리아 오페라에, 스승인 파드레 마르티니와 요제프 하이든에, 바흐와 헨델의 음악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그의 작품들을 베꼈다고도 말했다.

피렌체의 많은 예술가들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창작이 불가능했다. 소크라테스가 만약 골방에 혼자 처박혀 있었다면 우리가 아는 철학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시장에 살았다. 공자도 방안에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중원을 제자들과 함께 주유했다. 그 떠돌아다닌 것이 사상적 자극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