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볼까요?

뇌는 위험상황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감시견 역할을 하는데, 너무 오버하거나, 전혀 위험하지 않은 데도 너무 흔하게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거나 세균으로 덕지덕지한 바퀴벌레가 바닥을 기어갈 때 ‘음 위험한 사람/세균이 덕지덕지한 바퀴벌레구나, 피해야지’ 하며 인식하고 행동하기에 앞서, 온몸에 힘을 주고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거나 동작을 얼음처럼 멈춰버립니다. 설혹 그것이 실제로는 신발 한 짝이었다거나 그저 허울거리는 그림자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뻘쭘함은 뇌가 아닌 우리가 감당할 몫이니 말입니다.
 

화가 나면 우리보다 뇌는 더 날뜁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뇌 안에서 분비되는데, 칭찬을 받을 때 나오는 옥시토신의 화학반응이 보통 5분이면 끝나지만 코르티솔은 한두 시간은 우습게 뇌를 돌아다니며 폭죽을 터트리죠. 심지어 뇌의 분노는 몇 시간에서 몇 날, 몇 주일로도 이어져 결국 우리가 말하는 화병으로 목숨까지 앗아가 버릴 정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의 기쁨도 이별의 슬픔도 뇌가 우리보다 앞서 입장을 정리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 활동이 증가하는데, 이는 마약을 복용한 효과를 냅니다. ‘콩깍지 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논리적인 의사결정을 다루는 전전두엽피질의 활동이 느려집니다. 이별을 처리하는 뇌의 부위는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뇌의 영역과 동일합니다. 이별이 아프다고 할 때 실제 뼈와 근육이 아팠을 때 느끼는 고통과 똑같다는 것이죠. ‘시간이 해결한다’는 위대한 명제도 진짜입니다. 느리긴 하지만 뇌는 결국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좋은 것’을 더 기억하려는 뇌의 성향이 나쁜 기억들을 숨기거나 왜곡시켜버리는 것이죠.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뇌가 어떻게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리를 속이고, 골탕 먹이고, 앞서서 일들을 벌이는지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뢰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인간의 동반자, 뇌에 관한 모든 것을 북모닝 8월의 도서 <뇌 이야기>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