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까?
 
 통계적으로 보면 지능이 굉장히 높은 여자들은 대부분 자기보다 지능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자가 원래 남자보다 지능이 높아서? 똑똑한 남자는 똑똑한 여자를 싫어해서? 답이 없는 문제 같죠? 하지만 정답이 있습니다. 정답은 ‘지능이 굉장히 높은 사람은 자기보다 지능이 낮은 사람과 결혼할 확률이 더 높으니까’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사회적 편견이나 검증할 수 없는 가설에 입각해서 답을 찾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에겐 도덕적으로 그릇된 답을 피할 수 있는 사고가 필요합니다. 확률론적 사고, 즉 수학적 사고처럼 말입니다.

 바야흐로 수학이 필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공학, 의학, 금융,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학의 모델을 활용하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정보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한 인사이트로서 수학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언급되죠. 하지만 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교육 현장에서 낙오되는 수포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미래가 걱정스러운 수포자들에게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는 말합니다.

 “수학을 못해도 누구나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누구나 수학적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현대 수학도 상식적인 언어로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의 말은 과언이 아닙니다. 수포자 문과생은 물론, 수학을 배운 지 오래된 직장인, 대기업 임원, 그리고 중학생 발레리나까지 그의 수학 강의에 푹 빠져듭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인플루엔셜 블로그

 우리는 날씨 어플리케이션의 ‘비 올 확률 36%’을 보고 당연하게 이해합니다. 이 ‘확률’이라는 수학 이론은 불과 17세기만 해도 당대 뛰어난 학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었죠.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리 어려운 현대수학 이론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 되는 시대도 곧 올 것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입니다. 김민형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옥스퍼드 대학의 학생들을 포함하여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수학적인 증명이 무슨 특별한 사고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수학은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분명하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김민형 교수는 수학을 공부할 때 혼자 한 권의 책만 보며 끙끙대지 말고, 다양한 자료를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공부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수학자들 역시 학술 논문을 읽다가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때가 더 많다고 말이죠. 《수학이 필요한 순간》 역시 마치 강의실에 앉아 김민형 교수와 질문을 주고받듯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기본적인 수학의 원리뿐 아니라, 우리가 인문학의 문제라 여겼던 윤리적 판단에서부터 우주를 이해하는 물리적 세계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수학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란 없다고 가르쳐주죠.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면 당신은 분명 수학적 사고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