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끊임없이 오류에 빠지고 변함없이 실수를 저지릅니다. 마치 그렇게 타고난 듯이 말이죠. 하지만 기존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설사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인간 본성은 오류와 거리가 멀지요. 본래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단정 위에 경제학이 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비합리적 행위를 잘 돌아가던 인간의 사고 체계가 어쩌다 발생시키는 ‘버그’쯤으로 치부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야말로 전통경제학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가 혁신적인 것은 300년 전통 경제학의 프레임을 전면적으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마치 금이 담긴 비밀 항아리를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거기엔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었어요. 체계적 편향.”

두 천재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를 경제학에 도입하려 했던 최초의 경제학자이자 행동경제학 연구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의 말입니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체계적으로 오류에 빠집니다. 우리의 머리가 확률 법칙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짐작 법칙으로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이를 ‘어림짐작heuristic’이라 불렀습니다. 통계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보고도 경험과 감정에 의존해 판단한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어떤 일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를수록, 그러니까 회상이 용이할수록,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더 크게 봅니다. 어떤 사실이나 사건이 최근에 일어났거나 유독 생생하다면, 회상하기가 쉽고 따라서 판단에서 부당하게 높은 비중이 부여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 끔찍한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면 사람들은 즉시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교통사고 발생 확률에 대한 생각이 바뀐 탓입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 확률은 사고 목격 전이나 후나 다름이 없지요.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이러한 어림짐작을 ‘회상 용이성availability 어림짐작’이라고 불렀습니다.

 



기존 경제학의 기대효용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기댓값이 높은 선택지를 취하지요. 합리적 인간 이성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배제한 공허한 이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제창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우리는 기댓값보다는 ‘손실이냐 이익이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와 감정에 따라 행동합니다. 사람들은 가망 없는 이익을 추구하느라 위험을 추구하고 손실이 생길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지요. 복권과 보험이 팔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 정신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도구라기보다 대응 기제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트버스키는 월스트리트 경영자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뇌는 대충 말하면 확실성을 최대한 제공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모든 불확실성을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해석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경우를 찾도록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은 짐작 법칙을 이용해 불확실한 상황에 훌륭히 대처합니다. 하지만 짐작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때도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실수는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아니라 정신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도 잘 보여줍니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나눈 지적 교감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기존의 주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을 이루어냈습니다. 카너먼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한 ‘전망 이론’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사실상 6년 전인 1996년에 전이성 흑색종으로 세상을 뜬 트버스키와의 공동 수상이었지요.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전망 이론을 발표한 1979년은 ‘행동경제학의 원년’으로 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