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데이터가 왜곡되는 경우는 흔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치를 왜곡해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음의 기사를 읽어보자.
 

2009년 근로 소득세를 납부한 연말정산자의 총급여액은 315.7조 원이었다. 이 중 상위 20% 소득자의 급여액은 131.1조 원으로, 총급여액의 41.6%를 차지했다. 상위 20%가 소득의 절반 가까이 가져간 셈이다.
 
이 기사에서 “41.6%가 절반(50%)에 가깝다”고 인지한 것은 매우 의도적인 해석이다.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재미있는 기사는 하위 20%의 소득에 관한 부분이다.


 
하위 20% 소득자 급여액은 25.2조 원으로 총급여액의 8%에 지나지 않았다. 상위 20%의 소득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월급쟁이 상위 20%가 차지하는 소득은 2005년 38.6%에서 2009년 41.6%로 불과 4년 새 3%포인트 높아졌다. 개인 사업자 상위 20%의 소득 비율도 1999년 63.4%에서 2009년 71.4%로 10년 새 무려 8%포인트나 높아졌다.
 
이 기사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같은 8%포인트에 대해 같은 기사에서 때로는 “8%에 지나지 않은” 작은 수치로, 때로는 “무려 8%포인트나 높아진” 큰 수치로 해석되었다. 4년 동안의 3%포인트 증가가 때로는 ‘불과 4년 새 3%포인트 높아졌다’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4년 동안 3%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가 될 수도 있다.

데이터를 왜곡했는데 그 의도가 적나라하게 보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 그 데이터의 신뢰도에 대해 대중적 의심이 증폭할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에 아주 능한 선수는 데이터를 절묘하게 왜곡시켜 아무도 그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게 한다. 현장에서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양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사례 1.
2014년 지방 선거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시장 선거 공천 대상자 선정을 위한 여론 조사를 앞두고 예비 후보자 A씨는 146개 유선전화 회선을 신규 개설하여 이를 자신의 선거 사무소나 휴대 전화로 착신 전환을 시켰다. 반영 비율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 가중치가 높은 20~30대 연령으로 가장했고, 1인당 2회에서 9회에 걸쳐 OOO
당 □□시장 공천 대상자로 예비 후보자A 씨가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사례 2.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는 2010년 10월 27일 제1차 의학기사심의회의를 열고 지난 6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KBS, MBC, SBS를 비롯한 공중파와 주요 일간지를 통해 국민에게 보도된 의학 기사를 평가했다. 심의 결과 총 55건의 기사 가운데 53%에 달하는 29건이 ‘문제있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사의 의학적 타당성이나 국민 지식 유효성 등에서 ‘문제없음’이라고 합격점을 받은 기사는 29%(16건)였으며, 심층적인 평가를 위해 전문가 의뢰가 필요한 기사는 18%(10건)였다.

‘문제있음’이라는 평가를 받은 문제 있는 기사의 대부분은 정확성이나 객관성이 생명인 기사가 아닌 성형외과, 피부과 등에서 언론사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자신의 병원이나 의료 기술을 홍보하는 ‘기사성 광고’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데이터 왜곡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 왔다. 진솔한 데이터보다 왜곡된 데이터로 사람들은 훨씬 많은 사적, 집단적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현상을 관찰하면서 늘 유혹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