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르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툴루즈Toulouse 고등법원은 피고인 '마르탱 게르'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당시 담당했던 코라스 판사는 고소인 베르트랑드와 삼촌 피에르가 무고죄와 위증죄를 범했을 수 있고, 피고인이 진짜 '마르탱 게르'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기적같이, 자신의 이름이 '마르탱 게르'라고 말하는 나무 의족을 한 절름발이 사나이가 나타난다. 가짜 남편 사건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다리를 절단한 후 수도원에서 지내던 진짜 마르탱 게르가 1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마르탱의 가족들과 베르트랑드는 진짜 마르탱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함으로써 희대의 '진실 게임'은 끝이 났다. 결국 아르노는 교수형에 처해졌고, 아내는 고소할 때까지 가짜 남편인 줄 몰랐다는 변명이 인정되어 아르노의 공범으로 처벌되지 않았다.

마르탱 게르 사건은 코라스 판사가 판결을 선고한 후 《잊을 수 없는 판결》이라는 책으로 펴내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온 이후에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왔는데, 그중 프랑스 역사가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교수는 이 판결에 대한 종래의 해석에 반기를 든다. 데이비스에 따르면 베르트랑드는 가짜 남편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과 공모해 결혼 관계를 꾸며냈을 것이다.

그녀는 그 당시 정조와 여자로서의 평판을 중시하면서도 확고한 독립심과 재빠른 현실 감각으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려 했다. 아르노도 단순히 사기꾼이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내려 한 사람이었다. 나아가 두 사람은 사기꾼과 희생자의 관계가 아니라, ‘창안된 결혼’invented marriage, 즉, 예기치 않은 사랑을 매개로 한 공모자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