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누구의 삶을 살아왔는가?

 누구나 마흔이란 나이를 맞게 되면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집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궤적을 떠올리며 허탈해지고 예전에 없던 불안함과 두려움이 자주 엄습합니다. 지금껏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내가 살아온 이유와 살아갈 이유들이 흔들립니다. 일생의 이정표 위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갑자기 막막해집니다.

 이런 마흔의 속내를 정신의학자 칼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오늘날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증, 삶의 의미 상실, 신체 변화, 외도, 이혼 등을 겪게 되는데,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 『마흔에게』는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기시미 이치로는 ‘일본아들러심리학회’에서 인정한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이자 철학자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신의학병원에서 실의에 빠진 청년들을 상담했습니다. 또한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후 도호쿠 각지에서 강연하며 가족과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쉰 살이 되기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병상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기력과 의욕을 잃지 않는 모습”은 기시미 이치로에게 큰 감명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후 그는 “인생은 목표를 향해 고통스럽게 달리는 마라톤이 아니라 지금 순간순간을 즐기는 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춤출 때는 순간순간이 즐겁습니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춤추는 게 아니듯 인생 또한 끝을 향해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가족의 행복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는 기시미 이치로의 조언처럼 중년이 되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챙기면서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둬야 우울과 감정이 사라집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안해지면서 내가 먼저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다시 행복을 전할 수 있게 됩니다.

 『마흔에게』에는 기시미 이치로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상담자와 상담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고 합니다. “열여덟 살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습니까?” 오륙십대인 분들은 대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닐 것입니다. 쓰라린 경험도 했을 테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그것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 쌓아온 발자취와 지식, 경험 그리고 그 모든 삶의 축적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몸이 쇠약해졌다고 한탄하면서도 막상 젊은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마흔에게』는 나에게 주어진 남은 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조언하는 책입니다. 젊을 때부터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노년에 접어든다고 해서 힘들고 괴로운 일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늙는 것은 피할 수는 없지만 그 너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주어진 노년을 어떻게 활용할지만 생각하면 된다”고 이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말합니다.
오늘 마흔이 된 당신에게, 그리고 언젠가 마흔이 될 당신에게 북모닝 12월 도서 『마흔에게』가 새로운 40년을 살아갈 뜨거운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마흔에게 | 기시미 이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