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는 다른 어떤 자아보다 '일하는 나'로서의 자아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오력'이나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는 싫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나 자신에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들. 제현주 저자의 <일하는 마음>은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다잡을 수 있는 여섯 가지 현실적 조언을 담은 책입니다. 일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더 유능하게 일하기 위한 방법들이 담겼습니다. 읽고 나면 어쩐지 내일은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그러나 일을 더 잘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숱한 의심의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과연 이게 되는 일일까? 내가 깜냥 밖의 일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욕심 때문에 괜히 다른 사람들을 고생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도 이런 스스로의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지 않죠. 저자는 책을 통해, 이런 의심의 순간들을 버티게 해줄 몇 가지 '정신승리의 기술'들을 일러줍니다.

어차피 결말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확인할 수 있고, 어쩌면 성공이든 실패든 그것을 의미 있는 데이터로 남기려는 태도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유효한 것일 수 있다는 조언이지요. 그 중 하나로, 저자는 ‘꾸역꾸역의 힘’을 설명합니다. 내 안의 의심과 두려움이 솟아날 때, 자책감에 시달릴 때. 그냥 머리를 파묻고 꾸역꾸역 하다 보면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마흔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과연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툭하면 의심에 빠져드는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의심이 들 때면 그냥 머리를 파묻고 꾸역꾸역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긴 하다. 나 역시 이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은 돈 받고 일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라 계속 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계속 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다. 계속 하다 보면(언제나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르게 되는 어떤 경지가 있다. 당장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버리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127쪽)

“끝이 원치 않는 모습이라고 해서 과정도 그런 것은 아니며, 끝을 안다고 해서 거기에 이르는 길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삶이 끝을 확인하기 위해 동원되는 절차인 것도 아니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이 악문 태도냐, 좋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고 해도 결과는 이미 주어진, 그리고 주어질 상태로 인해 정해져 있고 나는 그 과정을 최선을 다해 밟을 뿐이라는 태도냐. 이 둘을 결과와 과정 중 무엇인가의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 후자의 태도가 역시 과정을 즐기면 그만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결과를 얼마나 미세하게 쪼개어, 과정 중의 무수히 많은 중도적 결과들을 인식하고 이름 붙이느냐의 문제에 가깝지 않을까. 이 둘 중 어느 게 더 낫고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49쪽)

어쩌면, 내 앞에 주어진 일을 좀 더 낫게, 좀 더 할 만하게, 좀 더 오래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런 내려놓음의 태도가 아닐까요? 잘하고 싶은 만큼,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만큼 평정심을 유지하며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여러분의 일하는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데 1월 이달의 북모닝 도서로 선정된 <일하는 마음>이 힘찬 응원가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