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보고도 좋다고 못 느낀다면?
 
 똑같은 물건이라면 이왕이면 더 예쁜 것을 집고 일상에서도 미적 감각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여행을 가도 쇼핑, 레저를 넘어 미술관, 디자인숍 등을 찾아 다니며 예술을 체험하려 합니다. 미술, 음악, 건축, 사진에서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점점 더 예술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미술관에 가고, 음악을 감상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는 <모나리자>나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 감탄이 일어나지만, 그 외에 조금 낯선 그림만 봐도 모르겠고, 특히 현대 추상미술을 마주하면 입을 다물게 됩니다.
 음악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이 새로운 곡을 발표하지만, 10대 시절, 20대 시절에 듣던 음악 외에 새로운 음악을 좋다고 느끼기가 힘듭니다. 요즘 사람들이 디자인 제품에 끌린다고 하는데, 정작 내 제품을 만들 때는 어떤 디자인이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얼마나 자극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 ‘심미안’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아름다움을 살피고 즐기는 능력이 없으면,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익숙한 것만 반복하면서 과거의 지식과 감상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에 마음을 열고, 자기만의 기준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일까’ 보다 ‘왜’라고 생각하면 보이는 것들

  한국의 도큐먼트 사진 시대를 열었고, 미술, 건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트 워커 윤광준은 이렇게 말합니다. “심미안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길러지는 능력이다.” “심미안을 기르기 위해서는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등을 감상할 때, ‘지식 위주의 감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편견 없이 새로운 미적 자극을 받아들이려면 “이것이 좋은 건가? 나쁜 건가?”라고 단편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왜 이렇게 그렸을까? 왜 이렇게 연주했을까? 왜 이렇게 지었을까?” 등 그 대상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접근하는 방법을 권유합니다.
 예술을 접할 때 ‘의도’를 생각하라고 권유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미적인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이 만든 예술품의 공통점은 모두 ‘인위적인 작업’이라는 겁니다. 그냥 자연물과는 다르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디자이너는 숟가락에 돌기를 달았을까? 왜 이 건축가는 여기에 창을 냈을까? 이렇게 의도를 생각하면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려는 태도를 가지면, 보다 열린 마음으로 미적 감각을 기를 수 있습니다.
 
체험하고 반복할 때 발견되는 ‘차이’들
 <심미안 수업>이라는 책에서는 ‘직접 경험하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요? 우선, 생각보다 우리는 직접 체험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미술의 경우 책에서 보고, 사진으로 본 것만을 ‘이미 보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도 유행하는 차트 100의 리스트만 보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적 감각’은 머리로 외우는 게 아니라, 오감을 사용하여 축적되는 능력입니다. ‘너무 좋은 것은 왜 좋은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것을 경험하면 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향해 나아가는 에너지가 됩니다.
 직접 체험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체험을 통해 사람들은 ‘반복’할 계기를 얻기 때문입니다. 피카소의 그림을 하나만 본 사람과 열 개를 본 사람이 피카소를 느끼는 것이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미술책에 있는 그림 하나만 보고, 열을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직접 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접 보면, 또 보고 싶어지고, 반복해서 경험하게 됩니다.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면, 미세한 차이에 눈을 뜨게 되고, 주목하게 됩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볼 때 좋은 이유가 생겨납니다. 그것이 바로 ‘심미안’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는 차이가 내 눈에는 안 보인다면? 그것은 차이를 느낄만큼의 ‘양’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예술의 본질을 이해해보자
 <심미안 수업>은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등 각 예술 분야가 갖고 있는 형식적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음악은 오롯이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을 그대로 들어야만 하는 형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띄엄띄엄 들어서는 음악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예술 양식의 본질을 이해하는 게 왜 필요할까요? 각 예술 양식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 ‘미적 감각’의 수용력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창작가가 아니라 수용자의 인생을 삽니다. 그런데 ‘나는 저 사람 것이 싫어’라고 수동적으로 사물을 대하게 되면, 수용자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해석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나 각 예술이 갖고 있는 형식의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창작자 대 수용자라는 구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예술을 대하게 되는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건축은 공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예술이라는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건축을 즐길 때 훨씬 더 적극적으로 감상하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모두 다 감탄하는 ‘아름다움’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앞으로 ‘예술과 아름다움’은 얼마나 현대 사회의 일상에 밀접하게 결합하게 될까요? 이 책을 통해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