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활을 계속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곳입니다. 노동력과 시간을 회사에 팔아 돈을 사는 장소죠. 여러 사람이 모이고, 여러 사람과 만나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는 문서로 만들어진 규칙도 있고, 그 규칙이 각 부서와 구성원들 사이에서 구현되면서 문서로 만들어지지 않은 규칙도 생기게 됩니다. 바로 조직 문화입니다.

우리가 신입사원이었던 때를 돌이켜볼까요.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러웠을 것입니다. 일도 익숙하지 않고, 체계도 쉽게 파악되지 않으며, 잘 모르고 한 행동이 주변에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끼치니 말이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고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회사와 일은 익숙해졌을 겁니다.그런데 돌이켜보면 신입사원 때와 지금의 문화도 바뀌었을 것입니다. 크게는 세계 경제도 바뀌고, 정권도 바뀌고, 법도 바뀌었을 겁니다. 아마 회사 구성원 개개인도, 조직도도 바뀌었을 수 있겠죠. 조직 문화는 이 모든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변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익숙해진 건 문화에 내가 잘 적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세대가 회사를 변하게 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신입사원 때와 책임과 권한이 달라졌다는 것도 중요하겠죠. 변화는 더디지만 어쨌든 왔습니다.

 


책 <90년생이 온다> 저자가 책을 쓴 건, 그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82년생인 저자는 기업의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진행하고 소비자 팀에서 고객 목소리를 분석하면서 알게 된 것들과 여러 90년대생을 만나 인터뷰한 이야기,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눈여겨볼 만한 흐름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조직에 유입될 90년대생은 이전 세대들과 회사를 대하는 태도도 매우 다르고, 소비자로서도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책에 나오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70년대생에게 회사에서 충성의 대상은 ‘회사 그 자체’이고, 회사에 대한 충성을 곧 자기에 대한 충성이라고 동일시합니다. 80년대생에게 회사에서 충성의 대상은 ‘자기 팀과 프로젝트’이고, 그 대가로 연봉 상승과 승진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많은 90년대생들은 IMF를 겪은 70년대생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80년대생의 모습을 보고, 기성세대들과 많은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안정된 생활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속한다 해도, 충성의 대상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일 뿐입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이 대가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고, 헌신하면 헌신짝이 될 뿐이라고 여깁니다.
 

회사에 충성하고 일만 했다가는 안정은커녕 자신의 미래를 제대로 그려보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90년대생에게는 일반적입니다. 그러니 일터에서도 커다란 성취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원할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이자, 힘들게 취업한 회사에서 빠르게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입니다. 일할 수 있는, 일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이 남았기에 이러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우리가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듯, 모든 세대는 저마다의 입장이 다릅니다. 세대 간의 갈등이나 차이도 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새로운 세대도 곧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고, 일터와 사회에서 자기의 자리를 잡아 왔습니다. 그러면서 조직과 사회도 변화해왔고요. 지금의 90년대생들이 기성세대와 차이가 너무나 커서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시장도, 조직도, 매체 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어쩌면 우리의 경험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새로운 세대가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호갱(호구+고객)이 되기를 거부하며, 형식적인 광고나 마케팅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건 단지 새로운 현상일 뿐, 이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해법은 오히려 간단할 수 있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일침을 가하고 싶을 때, “얘네 무슨 생각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이해하기 힘들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면 그들을 우선 관찰해야겠죠. 그것이 낯선 존재들인 90년대생들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함께 공존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90년생이 온다>가 90년대생들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을 완화해줄 예방주사가 되어줄 수 있기를, 그래서 일터에서 새로운 세대들과의 공존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