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TV, 신문을 비롯해 각종 미디어 채널과 모바일을 통한 SNS 정보, 하다못해 길거리의 상점 간판 등 하루에도 수십 가지 광고와 판촉물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혹적인 문구와 이미지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죠. 그렇다면 마케터들은 어떻게 우리가 광고를 잘 받아들이게 만드는 걸까요?
 
여러분도 어떤 특정 단어를 툭 내뱉듯이 말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 단어를 심어놓은 경험을 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이는 ‘가장 먼저’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그다음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결정된다는 원칙의 반증입니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그 물건을 살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사전 장치’가 세팅되어 있지요.
 
예를 들어 봅시다.
 
⦁레스토랑 이름이 ‘스튜디오 17’일 때보다 ‘스튜디오 97’일 때 사람들이 더 비싼 음식값을 치를 의향이 있었다.
⦁시제품을 사용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려면 사람들이 본인을 얼마나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여기는지 먼저 물어보면, 묻지 않았을 때보다 응답률이 높다.
⦁와인 상점에서 와인을 고르는 동안 '독일 음악'을 들은 경우에는 '독일 와인'을 구매할 확률이 더 높았으며, '프랑스 음악'을 들은 경우엔 '프랑스 와인'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렇듯 수많은 사전 행동을 통해 우리는 상대방이 내 말을 더욱 쉽게 수용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설득의 과학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설득 심리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는 『초전 설득(Pre-suasion)』을 통해 이 사전 행동을 ‘오프너’라고 부릅니다.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설득 과정을 ‘오픈’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설득 과정을 시작한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먼저 운을 떼는 출발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둘째, 설득자와 상대방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장벽들을 제거해 설득을 성공으로 이끈다. 굳게 닫힌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어 설득하려는 사람의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치알디니 박사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 이라고 말합니다. 초전 설득을 위한 절호의 타이밍은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이죠. 어떤 제안의 힘이 최고조에 이를 때 마치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처럼, 한정된 기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전례 없이 특별한 영향력을 유발하는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치알디니 박사는 전작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를 통해 설득이 말주변이나 재치가 아니라 ‘사람의 심리’만 알면 누구나 해볼만 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상대방과 대면한 시점 이후부터의 이야기가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였다면, 『초전 설득』은 그 이전의 모든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낯선 사람과 만나는 것이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심지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상까지 해야 하는 자리라면 압박감은 배가 되지요. 그런데 만나기 전에 이미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다면요? 이길 수밖에 없도록 세팅하고 미팅 자리에서는 ‘예스’만 받아낼 수 있다면요? 『설득의 심리학』을 출간한 이후, 33년간 직접 발로 뛰어 연구한 치알디니 박사의 결과물을 통해 ‘예스’를 설계하는 ‘맥락’을 배워 보시기 바랍니다.
 

[토론 주제] 업무에서 초전 설득이 필요한 순간을 떠올려 보고, 그 순간에 어떤 ‘오프너’를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