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관리’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지요? 직장 동료들 중에서도 유독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기관리,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흔히 외모, 체중, 몸매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 자기관리 범주에 ‘마음을 다스리는 법’, ‘마음을 가꾸는 법’ 등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한편 언제부턴가 시작된 ‘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품위유지비라는 명목으로 성형외과 · 피부과 · 에스테틱 · 퍼스널트레이닝(PT)에 큰돈을 투자하는 직장인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번화가를 조금만 걷다 보면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짬을 내서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시술 광고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광고들을 보면 남들 다하는데 나만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 ‘몸짱’, ‘건강 열풍’이라고 하면서 몸에 관한 관심은 증가했지만, 실상 그 몸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조선이 사랑한 문장》을 쓴 신도현 저자는 이 책에서 몸과 마음에 대해 말하며 도올 김용옥 교수의 철학을 예로 듭니다.

“도올은 자신의 철학을 ‘몸철학’이라 명명했는데, 이때 몸을 ‘Body’가 아닌 우리말 그대로 ‘Mom’으로 표기한다. 몸과 마음을 이분하지 않는 맹자와 동아시아 사상에 기인하는 것이다.”

저자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공자는 마음을 두고 “언제 드나드는지 알 수 없고, 오가는 방향도 알 수 없다”라고 말하며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잃어버리기 십상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요. 이런 현대인에게 맹자는 “잃어버린 가축은 찾으려 하면서 왜 마음은 찾지 않느냐”라고 일갈합니다.


 


이제 마음의 문제, 마음 다스리기는 하나의 코드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옛 사람들에게도 마음 다스리기는 하나의 화두였습니다. 마음 다스리기를 어떻게 하느냐는 인격 완성과도 직결되니까요. 다산 정약용도 유배 생활을 감내하던 시기에 《심경》을 곁에 두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힘을 썼습니다. 다산뿐만 아니라 재야의 선비부터 임금까지, 막 학문을 시작한 사람부터 대학자까지 마음공부에 힘을 썼습니다.

왜 조선의 지식인들은 이토록 마음공부에 힘을 쏟았을까요? 바로 마음이 ‘사람다움’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을 어떻게 써야 ‘사람’이 되는 것일까요? 맹자의 말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삶보다 더 절실하게 소망하는 것이 없다면 무릇 사람은 살기 위해선 못할 짓이 없을 것이다. 만약 죽음보다 더 극심하게 싫어하는 것이 없다면 무릇 사람은 죽음의 환난을 피하기 위해선 못할 짓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살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렇게 하면 환난을 피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삶보다 더 강렬하게 소망하는 것이 있고 죽음보다 더 강렬하게 싫어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현자만이 이러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단지 현자는 이를 잃지 않을 따름이다. - 조선이 사랑한 문장 p.145
 
이를 테면 삶과 의로움 중에 의를 택하는 것, 이 행위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면 이로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이웃을 헐뜯으면 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헐뜯지 않는 것입니다. 또 남에게 아픔을 주면서까지 자신의 성공을 도모하지 않는 것입니다. 크고 작은 여러 선택의 상황에서 본마음을 지키는 것. 바로 이것이 ‘마음을 자기관리’하는 시작이 아닐까요.




 

조선이 사랑한 문장
신도현 | 행성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