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미국 아스펜 연구소의 경영자 세미나를 들어보셨나요? 이 세미나는 세계적인 경영 세미나로 손꼽히는데요, 특이하게도 세미나 시작 3개월 전에 보내주는 500페이지가 넘는 철학 자료를 다 읽어야만 참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세미나가 진행되는 일주일동안 참석자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끄고 플라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같은 철학 고전으로 공부를 하죠. 세계에서 가장 시급(!)이 높은 리더들이 쓸모없는 학문의 대표로 여겨지는 ‘철학’을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스펜 연구소 설립에 기여한 로버트 허친스 전 시카고 대학교 총장은 “교양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전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교양이 없거나 매사에 무지하다면 기업은 물론 문명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지요. 교양 없는 ‘돈벌이 전문가’들이 이끄는 수많은 기업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허친스 교수의 문제의식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비즈니스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기업도 불분명한 문제들과 싸워야 하면서 더 이상 얄팍한 처세나 임기응변으로는 버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철학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제공하여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죠.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야마구치 슈 저자는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일과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50가지 철학 무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철학적 사고법이야말로 비즈니스맨이 꼭 갖춰야 할 생각 도구라고 말합니다.

그는 경영자든 직장인이든 누구나 철학을 통해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울 수 있으며 비판적 사고는 비즈니스맨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현재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할 부분은 변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혁신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하는 사례가 적은 것도 이들에게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혁신해야 할 과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그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혁신했다고 생각하니, 혁신 놀이를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저자에 따르면 사회에서 혁신가로 인정받은 수많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생각하기보다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혁신을 이루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혁신은 아이디어나 창조성의 확대가 아니라 정확한 어젠다 설정에서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리더들이 왜 철학 공부에 기꺼이 시간을 내는지 조금은 알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컨설턴트인 저자는 과제 설정 능력을 높이려면 좋은 상식과 의심해야 하는 상식을 판별할 줄 아는 안목을 갖춰야 하고, 이 같은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경영학 학위도 MBA도 없이 철학을 무기 삼아 온갖 경영전략과 숫자가 난무하는 컨설팅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살아남았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는 니체의 ‘르상티망’을 이용해 타인의 시기심에서 기회를 찾았고,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는 방법을 모색할 때는 레빈의 ‘변화 과정’을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존 스튜어트 밀의 ‘악마의 대변인’을 적용하는 식이지요.

이밖에도 책에는 사람, 조직, 사회, 사고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철학,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지식들이 가득합니다. 저자가 직접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용하고 그 실용성을 검증한 내용들만 엄선한 이 책에서 여러분들도 위기를 돌파하고,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