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부모님이나 선배와 의논을 하면 꼭 듣게 되는 소리가 있습니다. “네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어.” “이럴 때 의지력이 필요해. 의지를 가지고 한계를 뛰어넘어!”라는 말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네가 최고야. 언제나 응원해. 파이팅!” 같은 위로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내 고민에 어떤 도움이 되어줄까요? 정말로 의지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작가는 책 <고민이 고민입니다>에서 고민을 ‘잘’, 그리고 효율적으로 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우리 뇌와 마음이 생각보다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여러 가지 감정들은 제대로 된 생각을 방해합니다. 뇌는 손실과 고통, 배고픔을 피하려는 노력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성을 지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은 에너지를 잘 분배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의 양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사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지(意志)’는 무엇일까요? 사전적인 뜻으로는 ‘어떤 일을 이루려는 마음’입니다. 하지현 작가는 이 책에서 의지를 ‘에너지’의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한없이 강화할 수 없고, 결국은 소진된다는 뜻입니다. 사실 의지는 고급 능력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중을 유지하는 능력, 일시적 자율신경계 강화를 통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능력,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고수하는 능력 등입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 중 한 가지도 얻기 힘들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의지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거나 좌절감에 빠집니다. 더구나 자동차와의 달리기 대결, 컴퓨터와의 연산 대결 같은 불가능한 일에는 당연히 의지력을 발휘해서 이길 수 없는데도 자기 탓을 하게 되면 깊은 마음의 병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의지력을 발휘해 더 밀어붙여야 할 때인지, 아니면 거기서 멈추는 의지력이 필요한 순간인지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벽을 만나면 그 벽이 넘을 만한 것인지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는 게 맞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럴 때 ‘의지박약’이라고 자신을 탓하는 것은 사회문화적으로 내재화된 죄의식에서 나오는 것이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평판의 문제’와 이로 인한 ‘자존심의 상처’가 먼저 본능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나아갈 용기보다 과감히 버릴 용기가 더 필요합니다.


 


<고민이 고민입니다>에서는 일단 고민이 벽에 부딪쳐 난관이라고 여겨진다면 ‘의지의 문제’를 일단 떼고 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래야 가능과 불가능에 대해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거리를 두고 바라봅니다. 얽힌 감정과 조바심을 덜어냅니다. 마지막으로 하루 정도 이 문제를 묵혀둡니다. 그럼 그동안 뇌가 일을 할 것이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 가는 답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면 그게 정답이 됩니다. 그래도 더 해보자,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면 더 버티면서 밀고 나갈 상황입니다.

하지현 작가는 이러한 ‘의지’의 문제처럼 뇌와 마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민의 효율성을 높이는 22가지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누구도 모든 문제의 답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고민의 큰 틀을 파악해 일상의 여러 과제들을 해결하고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 됩니다.

어차피 인생을 살면서 쏟아지는 고민거리들을 모두 막아낼 수 없습니다. 혼자서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불가피한 고민의 영역도 존재합니다. 좋은 삶이란 모든 고민을 해결해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는 삶이 아니고,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도 아닙니다. 적절하게 고민을 관리하고 일상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4월의 북모닝도서 <고민이 고민입니다>는 그 길로 가는 과정에서 복잡한 삶을 간결하게 만들고, 꼭 필요한 고민에 집중하게 만드는 가이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하지현 |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