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쟁, 기근, 자연재해, 정치적 실책, 부패, 질병, 대량 해고, 테러 등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정적 뉴스를 접하며 삽니다. 사고 나지 않은 항공기나 별문제 없는 작황을 보도하는 기자는 일을 계속하기 어렵죠. 점진적 개선은 그 규모가 아무리 대단하고 수백만 명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해도 신문 1면을 장식하기 어렵습니다.

책 《팩트풀니스》는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설명하고 그 원인과 해법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자연재해나 테러처럼,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현상을 ‘부정 본능’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주목하기 마련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보다 빈도수가 현저히 낮은 충격적인 사건에 더욱 주목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세계는 9,000명이 사망한 네팔의 지진 상황을 열흘가량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설사를 하다가 죽은 아이 역시 9,000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울부짖는 부모 품에 안겨 의식을 잃은 이런 아이들을 비추지 않죠. 2009년 처음 몇 달 동안 신종플루로 수천 명이 사망했고, 언론은 여러 주 동안 이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공포심을 자극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 3,066명. 신종플루보다 결핵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높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뉴스는 현재 일어나는 나쁜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뉴스가 유발하는 암울한 기분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 탓에 더욱 심해지죠. 우리는 역사를 장밋빛으로 기억할 뿐 아니라 1년 전, 10년 전, 50년 전에도 끔찍한 사건이 지금처럼,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았다는 사실을 잊고 맙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는 착각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고, 희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말이죠.

부정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으레 나쁜 뉴스가 나오려니 생각해야 합니다. 언론과 활동가들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고 극적 상황에 의존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부정적 이야기는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더 극적이죠. 장기적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그중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상황을 골라 위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쉽습니까?


 


끔찍한 소식을 들었을 때 침착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정도의 긍정적 발전이 있었다면 내가 그 소식을 과연 들었을까? 대규모 발전이 수백 건 있었다 한들 내가 그 소식을 들었을까? 창밖이나 뉴스에서, 자선단체 홍보물에서 아동 익사 사고나 재해 사망이 줄었다는 소식을 볼 수 있을까? 긍정적 변화는 훨씬 흔하지만 그 소식은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뉴스를 보면서 날마다 디스토피아로 휩쓸려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의 시대에, 《팩트풀니스》는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입니다. 빈곤, 교육, 환경, 에너지, 인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와 실제 세계의 간극을 좁히고 선입견을 깨는 통찰을 제시하죠. 나아가 우리의 편견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사실에 충실한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이를 낱낱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