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만나는 최접점의 비즈니스를 리테일(Retail, 소매)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매일 드나드는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로드숍을 비롯하여 온라인·모바일 쇼핑 플랫폼이 모두 리테일 영역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소비와 관련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 산업이라고 봐도 무관할 리테일 비즈니스에 놀라운 속도로 첨단 기술이 침투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은 이러한 대전환을 두고 ‘뉴 리테일 시대’라고 명명하기도 했답니다.

급격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익숙한 새로운 소비 그룹의 급부상이 바로 그것인데요. 최근 강력한 소비 세력으로 떠오른 밀레니얼과 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소비 경험을 원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첨예한 경쟁이 기술 전쟁과 맞물린 셈입니다. 과연 2020년 이후 커머스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지난 2017년 이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 그리고 한국에 이르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매출 급감과 연이은 폐점 소식은 ‘오프라인 리테일, 아포칼립스에 도달했는가’라는 서슬 퍼런 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마케팅 전공 교수인 황지영 교수는 책 《리테일의 미래》에서 이러한 대전환의 원인을 ‘모바일로의 이동, 기술 혁신, 그리고 소비 세대 교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분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여전히 80% 가까운 소비 매출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어나지만 스마트폰의 확산과 편의성,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해 소비자들은 엄청난 속도로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해가는 중입니다. 이는 결국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프라인 리테일 붕괴를 낳았다고 볼 수 있고요.

더불어 한쪽에선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혁신적 리테일 기업에 의해 소비-유통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이 모든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은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증강/가상현실·언택트·캐시리스·블록체인 등의 리테일에 침투한 첨단 기술, 즉 ‘리테일 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 교수는 책을 통해 미국·유럽·아시아 각지에서 유통 혁명을 견인하고 있는 10가지 리테일 테크를 꼽고, 이로 인해 달라질 기업과 브랜드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가장 각광 받는 리테일 테크는 ‘인공지능 쇼핑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입니다. 이미 아마존 고객들은 음성비서 알렉사(alexa)가 탑재된 에코를 통해 ‘제로클릭’ 혹은 목소리로 쇼핑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구글이나 카카오가 출시한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이제는 사람과의 상호작용 없이도 소비가 가능해지고(무인매장), 가구를 가상(VR)의 집에 미리 설치해볼 수도 있으며, 매장 직원이 아닌 챗봇이 더 나은 상품을 제안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혹은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에게 “세탁 세제를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손쉽게 주문이 되는, 더 나아가 누적된 고객의 소비 빅데이터를 통해 주문을 예측한 아마존이 드론 혹은 로봇 배송으로 이미 현관문 앞에 제품을 가져다놓는 상상 속 현실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죠.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0년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35%를 차지하고, 소비력 차원에서도 베이비부머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Z세대의 등장은 기존의 리테일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또 다른 변화의 축입니다. 이들의 부상이 중요한 까닭은 막강해질 그들의 구매력, 그리고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소비 특성 때문인데요. 황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나 메이시스, 그리고 일반 쇼핑몰 등 기존 리테일 브랜드들이 고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새로운 세대의 소비 성향과 취향에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리테일을 통해 공급되고 배양됩니다. 그러므로 리테일 비즈니스의 미래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살펴보는 일과 같겠지요. 삶과 직결된 고용과 생산, 소비와 유통, 커머스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청사진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숨 막히게 진화하는 기술 혁신 속에서 독자 여러분 모두가 일과 삶 모두에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기민하게 대처해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는 데 이 책 《리테일의 미래》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