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이동으로 인한 기회와 책임의 문제

 레이첼 보츠먼은 《신뢰 이동》에서 인간 역사는 신뢰의 측면에서 세 부분으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는 관계 기반의 ‘지역적 신뢰’ 시대와 ‘제도적 신뢰’ 시대를 거쳐 세 번째, ‘분산적 신뢰’ 시대의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하죠. 이 같은 신뢰 이동으로 많은 것들이 급속하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실현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성공하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가에 대해서는 유럽의 카풀 서비스 ‘블라블라카(BlaBla Car)’의 사례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블라블라카는 장거리 여행을 전제로 한 차량 공유 서비스입니다. 창업자가 초기 모델을 만들고 성공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오랜 시간 낯선 사람과 차를 함께 타고 간다는 데는 엄청난 신뢰 도약이 필요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예약했단 취소하는 사례가 너무 많았죠.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창업자가 ‘벌금을 부과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예약했다 취소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부터였습니다. 블라블라카는 온라인에서 선불로 결제해야 하는 기능을 도입한 후에야 예약 취소율이 떨어졌고, 이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도약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서로를 믿어야 할 때 도중에 방해하거나 거래를 깰 수 있는 요인을 없앤 셈입니다. 저자는 이를 ‘신뢰 더미 오르기’라고 설명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요인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신뢰 이동으로 인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의 행동양상은 급변하고 있고, 그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사업을 키우고 확장해나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대형 기업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에 비해 뭔가를 시작하기는 쉬워졌지만 그만큼 책임의 문제도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저자는 2016년 우버 기사가 벌인 총격사건과 2011년 에어비앤비의 한 호스트가 아파트를 빌려줬다가 집이 난장판이 된 사건(본문 156쪽)을 통해 신뢰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이 사례들은 우리에게 되묻고 있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대상은 우버 기사인가 우버라는 플랫폼인가? 총격 사건의 책임이 기사 한 개인에게 있는가 아니면 우버에 있는가?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을 믿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까? 아니면 호스트 개인을 믿는 걸까? 사건의 책임은 어느 쪽에 있는가? 그 둘을 양분할 수 없다면 누구를 맨 앞에 세워두고 있는가? 이 같은 이유로 저자는 신뢰 이동이라는 시대 흐름 속에서 어떻게 해야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도덕과 윤리의 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앞으로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맞닥뜨릴 겁니다.

신뢰이동 | 레이첼 보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