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에게 경제적 조언을 던지는 금융 전문가나 경제 위기를 진단하는 지식인, 언론, 관료 집단의 말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습니까? 그들이 제시하는 해법(심지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해법)에 대해 어떤 근거를 기초로 수용 여부를 판단하나요? 만약 당신이 그들의 제안에 응하여 당신의 주머니를 기꺼이 열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의 판단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런데 만약 그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되어 그 손실을 당신 혼자 감당해야만 한다면,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들은 《블랙 스완》, 《행운에 속지 마라》, 《안티프래질》 등을 통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세계에서의 운과 확률의 작용, 인간의 착오, 리스크, 의사결정에 대해 이야기해온 ‘월가의 현자’ 나심 탈레브가 던진 질문입니다.


 



《스킨 인 더 게임》이라는 신작으로 돌아온 나심 탈레브. 그는 이번에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불평등에 주목합니다. 말하자면 어떤 문제에 적용되기 힘든, 잘못된 이론을 언급하는 언론과 학계의 행태가 낳는 여러 문제들을 보여주는데요. 나심 탈레브는 그들을 가리켜 ‘도덕을 이용한 장사꾼’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실제 관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당신에게 ‘이래라저래라’라고 말하는 위선자일 뿐이라고 말이죠. 그는 단순히 영업자나 투자 전문가가 내뱉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돈도 직접 투자하기도 하면서,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에는 그의 지위나 신용을 잃게 되는 위험까지 감수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깨닫지 못하지만, 대학 교수들이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바로 대학 교수가 되는 방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자기계발 전문가들에게 배울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지식은 자기계발 전문가가 되는 방법입니다. 나심 탈레브는 “역사 속 영웅들은 영웅담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하며, “책상에 앉은 지식인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현장을 변두리에서 지켜보면서 그에 대해 무어라고 말만 할 뿐 그 속으로 뛰어들어 행동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합니다. 소위 ‘이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리스크를 회피하는 행태를 보여 왔는지 잊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의사결정과 개입 문제에 대한 판단을 각 분야에 그들의 지식이 유효한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들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결정들이 초래하는 결과로부터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저 세상의 지위와 권력을 독차지하고 이익을 누리고 있을 뿐입니다. 당연히 잘못된 결과나 자신의 실수로부터 무언가 배우려 하지 않고,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생기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정형화된 이론 모델에 의존하고 떠들어댈 뿐입니다.

나심 탈레브는 이러한 무책임한 사람들 때문에 비롯된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이 ‘제2의 블랙스완’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모두가 알고 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시장경제가 잘못 움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전에 쓰인 기존 모델을 가져와 위기를 진단했을 뿐 또 다른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전혀 답하지 못했습니다.

《스킨 인 더 게임》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잘못된 조언에 상응하는 처벌이 없는 경우에는 누군가에게 조언해주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의 조언은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지금, 나심 탈레브가 던진 이 새로운 주제를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