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되돌아보며 ‘대체 오늘 내가 뭘 했지?’ 하는 의문이 든 적 있나요? 언젠가 실행할 프로젝트와 활동을 그려보지만 그 ‘언젠가’가 절대 오지 않았던 적은요? 현대인은 항상 바쁘고 혼란스럽게 살지만 정작 원하는 일에는 시간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 《메이크 타임》은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습니다. 먼저 ‘비지 밴드왜건’입니다. 비지 밴드왜건은 언제나 바쁜 요즘의 세태를 의미합니다. “앞에 놓인 일에 즉각 대응하라. 효율적으로 더 많은 일을 끝내라. 속도를 늦추면 뒤쳐질 것이다.” 모두 비지 밴드왜건의 법칙입니다.
다음은 ‘인피니티 풀’입니다. 비지 밴드왜건이 끝없는 업무라면, 인피니티 풀은 끝없는 주의 분산을 뜻합니다. 인스타그램 새로고침, 유튜브 검색, 쉴 새 없는 뉴스 속보, 휴대폰 게임, 넷플릭스 몰아보기 등 언제든 이용할 수 있고 늘 갱신되는 오락거리가 인피니티 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거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중독성까지 있습니다.
어째서 현대인은 인피니티 풀에 휘둘릴 수밖에 없을까요? 저자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는 지메일과 유튜브 등의 서비스를 구축하고 개선해온 전 구글 디자이너로서 실리콘 밸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이들은 ‘내부자’로서 현대기술이 어떻게 이용자를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지 누구보다 잘 이해했으며, 의지력만으로 기술의 유혹을 떨쳐내고 집중력을 보호하는 것이 힘든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바로 ‘기술을 향한 열정’입니다. 열정으로 가득 찬 전문 기술자들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데다 초현대적인 다음 제품을 한시바삐 실제 생활에 가져다주고 싶어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기술이 세상을 개선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죠. 열정이 강할 때 사람은 당연히 뛰어난 성과를 냅니다.
두 번째 요인으로 ‘진화’를 들 수 있습니다. 기술자들은 이용자의 접속 횟수, 사용 시간 등을 정교히 분석하고 평가해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합니다. 이처럼 기술 제품이 해마다 극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은 심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현대기술을 그토록 거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세 번째 요인입니다. 예컨대 지메일은 처음에 핫메일과 야후처럼 웹 기반 이메일 서비스와 경쟁했습니다. 그러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내 사람들의 관심을 놓고 페이스북과 경쟁했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확산되자 스마트폰 앱들과도 경쟁해야 했습니다.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제품이야 말로 흡인력이 높다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