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는 정말 끈기가 없어서 사표를 쓰는 걸까?
 
 한국고용정보원의「고용동향브리프」2017년 11월호에 실린 ‘청년의 첫 직장과 잠재경제활동인구’에 따르면,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이 15개월이었다. 2007년 평균 근속기간 18개월과 비교하면 3개월이 줄었다. 퇴사 이유로 가장 크게 꼽힌 것이 ’근로여건 불만족’인데 51%나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4년 조사 때는 ‘근로여건 불만족’의 비중이 39.4%였다는 것이다. 근로여건의 불만을 참지 못하고 사표 쓰는 밀레니얼 세대가 늘어난 것이니, 이것만 보면 끈기 부족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근로 여건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과거 세대들은 불합리한 환경에도 버티고 참았던 것이지,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걸 못 참는다고 해서 끈기가 없다고 하는 게 맞을까?
기성세대의 조직문화에는 나이나 직급을 서열처럼 여기거나, 상명하복 같은 군사문화가 녹아 있다.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일이 끝났어도 남아 있거나, 형식과 서류에 짓눌려 내용이 부실한 보고서를 올리거나, 단합을 한답시고 술 마시며 회식을 하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부당한 일을 눈감고 넘어가거나, 인맥을 중심으로 사내 정치를 하는 조직문화가 우리의 근로여건에 녹아 있다. 과연 이러한 것이 합리적인 조직문화이고 근로여건인가?

기성세대는 이런 과거의 조직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며 악습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이런 조직문화에 반기를 드는 소수들을 배신자나 부적응자로 낙인찍기도 했다. 386세대나 X세대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악습에 적응해버리며 일종의 동조자가 되었고, 이제 조직에서 과거의 악습을 없앨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조직문화를 혁신할 생각이 없다. 익숙해져서일 수도 있고, 직급이 높아져 이런 조직문화의 수혜자가 되어서일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 되거나, 평생 그 분야에서만 일한다고 여겼던 기성세대에겐 자신의 첫 직장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무모할 만큼 끈기 있는 책임감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감수하면서, 방향을 계속 수정해갈 수 있다. 살면서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는 세대다. 직장생활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에서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차이가 있다.

 
 기성세대 직장인에게는 돈이 가장 중요했다면,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에게는 근무시간 보장과 성장 가능성이 돈보다 더 중요했다. 기성세대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많은 것을 감내하거나 포기했다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직장은 돈 버는 곳보다는 일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그렇다고 기성세대가 직장을 일하는 곳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일도 하지만, 그 속에서 서열도 만들고 친목도 하고, 심지어 친구까지 만든다. 사내정치도 하고 의전도 한다. 가끔은 주객이 전도될 정도로 업무능력보다 다른 능력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 경영자 또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차이는 상대 세대의 관점을 이해하는 과정 없이 각자 자신이 속한 세대의 관점으로 상대 세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다. 직장에서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보면서 가장 큰 차이이자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중심적 성향이다. 밀레니얼 세대 사원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자기밖엔 몰라”라는 얘기를 해본 기성세대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난하는 순간부터 함께 일하기 어려워진다.
 
 밀레니얼 세대는 분명 기성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다. 기성세대들이 집단주의적 환경에서 살아 협동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띠는 것은 그들의 환경적 특성이지 개개인적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밀레니얼 세대의 자기중심적 성향은 오히려 사내정치의 폐해가 많던 기성세대식 조직문화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 김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