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에서나, 리더는 고독하고 외로운 자리입니다. 어찌 보면 ‘고독’은 리더의 숙명과도 같죠. 리더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이끌고, 조직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지만, 또한 자신을 이해해 주고, 이끌어 주고, 책임져 줄 ‘지침’을 조직 내의 그 누구보다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판단과 결정 속에서 무엇을 믿고 믿지 말아야 하는지, 매순간 고민하는 동시에 결과를 내야 하니까요.
 
이런 리더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리더십’을 연구합니다. 운동선수는 스포츠맨십이 필요하고 법조인에게는 윤리의식이 요구되며 정치인은 정무적 감각을 갖춰야 하듯이, 리더가 자신의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면서도 리더로서의 자질을 지속적으로 연마하기 위해서는 이 ‘리더십’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죠.

특히나 리더십이 어려운 건, 리더란 운동선수, 법조인, 정치인처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오르게 될지, 또 내려오게 될지 알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위치나 상태’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기에 리더에게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에 대한 계획과 판단도 더없이 중요하지요.


 


책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는 16년간 스탠퍼드대 총장을 역임한 후 구글 모회사 알파벳 의장에 오른 존 헤네시가, 오랜 기간 겪었던 ‘리더라는 자리’에 대한 단상과 자신의 인생 역정을 한 권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그는 1977년 처음 스탠퍼드대학의 교수로 취임한 이래 학과장, 공대 학장, 부총장을 거쳐 총장에 올랐고, 실리콘 밸리에서 직접 ‘밉스’라는 기업을 창업했으며, 제자였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업하는 과정을 지원했습니다. 이후 컴퓨터 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했고, 총장 퇴직 후에는 나이키 회장 필 나이트와 함께 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나이트-헤네시 장학재단’을 설립했죠. 이렇게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숨 가쁠 정도의 엄청난 여정을 이력서에 새겨온 헤네시지만, 리더로서의 삶은 역시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스탠퍼드 총장으로서 점심시간마다 모금 활동을 위한 미팅이나 행사에 참석해야 했고, 학교의 이사회,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과 기부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늘 위태로운 줄타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금융위기 때는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을 일부 해고하고 5~10%에 이르는 연봉을 삭감해야 했죠.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우면서도 감내하기 힘든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지만, 존 헤네시는 전임자를 비롯해 주변의 훌륭한 리더들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가 ‘리더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10가지 덕목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강인한 리더’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리더는 고개를 숙일 때마다 성장한다”며 겸손을 가장 먼저 내세우고, 이와 함께 진정성과 봉사, 공감을 기본 자질로 제시한 다음, 리더의 용기, 협업, 혁신, 지적 호기심, 스토리텔링 능력을 하나하나 얘기하지요. 그리고 “리더는 마지막에 가장 소중한 것을 남긴다”며 리더가 이룬 모든 결과물은 궁극적으로 다음 세대에 전할 유산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사실 헤네시가 ‘리더의 자질’이라고 내세운 겸손이나 진정성 등은 훌륭한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조건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가 여타의 리더십 책과 구별되는 지점은 이렇듯 위기의 순간 저자가 꺼내들었던 ‘성장의 무기’가 흔히들 말하는 순간적 판단력과 명민함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을 갈고닦는 인격 수양의 도구들이라는 점입니다. 즉 ‘리더로서 어떻게 일해야 할 것인가’를 넘어 ‘리더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독한 리더들에게 일러준다고 할 수 있죠. 매사에 과단성, 결단력, 탁월함이 요구되는 가혹한 환경 속에 놓인 리더들에게 “리더 본인이 성장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본인의 인생 여정에서 체득한 교훈들을 진솔하게 펼쳐놓고 있는 겁니다.

빌 게이츠가 이 책을 두고 “분야와 지위를 막론하고 사람을 이끌어야 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며 극찬한 이유는, 아마도 빌 게이츠야말로 ‘리더의 고독’을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서 몸소 느꼈던 사람이기 때문 아닐까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국내외 최고 기업들의 리더들이 수많은 리더십 책 중에서 이 책을 추천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테고요.

지금 리더의 무게에 허덕이고 있다면, 곁에 두고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펼칠 때마다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지는, 그리고 리더로서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생각의 자양분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존 헤네시 | 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