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전략》은 오랫동안 중국의 고전을 한국에 소개해온 김원중 교수가 리더십에 관한 가장 주요한 고전 4권을 꼽은 책입니다. 김원중 교수는 고전이 쓰인 배경과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참뜻을 풍부한 고전의 사례를 통해 핵심만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첨단의 시대에 굳이 중국 고전을 통해 리더십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요? 이 책에서 언급하는 고전 중 3권은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1권은 중국의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중국의 수많은 책 중 고전이 대부분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까닭이 있습니다.

《고전의 전략》에 언급된 《한비자》, 《손자병법》, 《사기》의 배경인 춘추전국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전쟁이 빈번하고 심했던 시기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여 짐승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듭니다. 이런 극단적 환경이 시대와 인간을 꿰뚫어본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때를 겪은 지식인 계층은 저마다 난세의 해법을 풀고자 다양한 고민을 담아낸 것이 지금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것입니다. 《정관정요》는 그렇다면 난세를 평정한 다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바로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하고 태평했던 당나라 태종의 시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리더십의 필독서로 꼽은 것입니다.


 



먼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분량 때문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한비자》에 관해 알아봅니다. 한비자는 흔히 법가사상을 정립한 사상가이자,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불릴 정도의 제왕학을 정립한 인물입니다.

한비자의 사상은 크게 법, 술, 세의 3가지로 나뉩니다. 법은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것으로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하는 성문화된 규율입니다. 술은 군주가 신하를 다스리는 기술로 권모술수적인 측면이 두드러집니다. 세는 통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군주의 권세를 뜻합니다. 한비자는 이 세 가지를 보면 세상과 권력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시황에게 가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어눌한 언변 탓에 ‘유세’에 실패하고 맙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비자가 설득술을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한비자는 말더듬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군주를 설득하는 방법을 깊이 연구했습니다. 《한비자》 〈세난〉 편은 바로 이런 설득의 어려움을 적은 글입니다.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을 기본적으로 불신하고 모든 일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았습니다.


 


《손자병법》은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오늘날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리더들은 모두 한 번쯤은 손에 잡았을 《손자병법》. 그러나 《손자병법》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권모술수라고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손자는 전쟁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자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손실 없이 전쟁을 치르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은 사실, 백전불태百戰不殆가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말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그만큼 잘 대비되어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고,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의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손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손자가 책략 중 제일로 꼽은 것은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즉 ‘모공’이었습니다. 모공은 모략과 심리전 등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가장 하위의 책략으로 ‘공성’을 꼽습니다. 바로 성벽에 병사들이 돌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가장 소모적이면서 효과가 적은 비효율적인 책략이라고 본 것이죠. 《손자병법》은 치열한 경쟁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살아남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계보 때문에 읽기 쉽지 않았을 책입니다. 그러나 중국 문화를 이해하려면 《사기》는 꼭 읽어야 할 텍스트입니다. 아울러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보면서 각각의 타입에 맞는 대처법을 익히는 것도 의미 있는 독서입니다. 그런데 《사기》를 읽을 때는 사마천이 왜 궁형을 당하면서까지 이 책을 썼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마천이 역사서술의 대상으로 삼은 시대는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춘추전국은 그야말로 싸움과 전쟁이 끊이지 않은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의 맨 앞에 ‘백이와 숙제’를, 〈사기세가〉의 맨 앞에 ‘오태백 세가’를 넣습니다. ‘백이와 숙제’는 왕위를 서로 양보하다가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이야기이고, ‘오태백 세가’는 임금의 자리를 양보하고 양쯔강 남쪽으로 가 오나라를 세운 이야기입니다. 사마천 왜 두 이야기를 맨 앞에 배치했을까요?

주나라가 몰락하면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 춘추 시대부터 진나라가 전국 시대를 끝내기까지 생존하느냐 몰락하느냐를 놓고 온갖 문제가 펼쳐집니다. 인간에게 가장 커다란 일은 전쟁인데,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수많은 일이 벌어집니다. 고아도 생기고 기근도 생깁니다. 오죽하면 이 시대를 전국(싸울 전戰, 나라 국國), 나라끼리 싸움만 하는 시대라고 했을까요? 사마천은 바로 이 싸움을 끝낼 방법이 ‘양보’라고 본 것입니다. 아울러 이 시기에 수많은 부류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살피는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입니다. 그래서 《사기》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생각이 다 녹아 있습니다.


 

 

《정관정요》는 생소한 분이 많으실 겁니다. 중국 역사상 요순시대를 빼고 가장 황금기를 구가한 태평성대로 당 태종이 다스린 시기를 꼽습니다. 당시 당나라는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가장 번성하면서 평화로운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를 당 태종의 연호인 정관을 따 ‘정관지치’라고 하는데, 당 태종과 그의 신하들의 문답을 기록한 것이 바로 《정관정요》입니다.

당 태종 이세민은 창업과정에서 피비린내 나는 형제의 난을 겪고 어렵게 즉위했습니다. 그는 유학에 바탕을 둔 문치를 내세워 학문을 장려하고 도교를 국교로 정하는 등 유연하고 폭넓은 행보로 민심을 살피고 인재를 키웠습니다. 당 태종은 신하들에게 자신의 과오가 있으면 언제든 직언할 것을 종용하는 등 대신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황제였습니다. 당 태종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창업과 수성 중 무엇이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오만과 독단에 빠지지 않기 위해 신하들과 고민을 나눕니다. 바로 이 기록이 《정관정요》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정관정요》의 핵심은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라는 유명한 말에 담겨 있습니다. 독자들은 《정관정요》를 통해 리더로서 무엇을 살피고 경계해야 하는지 소통은 어떠해야 하는지 가슴 깊숙한 감동과 함께 곱씹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전의 전략
김원중 | 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