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컬럼은 최배근 교수의 <이게 경제다> 도서의 요약이며 교보문고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 악화의 주범일까요?

 
‘실업자, 19년 만에 최대’, ‘한국, 역성장 쇼크’, ‘최악의 소득분배’, ‘고용 참사 지속’…. 바야흐로 너도나도 경제 위기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절망합니다.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쳤다고 언론은 대서특필합니다.
 
 모든 지면을 장식하는 우울한 경제 소식에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죠. 과연 우리 경제 상황이 과거 겪었던 IMF 구제금융 시절을, 혹은 근래 그리스의 파산이 그랬던 것처럼 국가 부도를 앞둔 심각한 위기일까요? 경제가 위태롭다는 보도 틈 속에 특이한 뉴스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2017년 17위에서 15위로 2단계 상승한 것에서 더 나아가, 거시경제 안정성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보급 부문도 1위를 했지만 이 결과는 우리나라가 매번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단골 항목’으로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죠. 그런데 금융 위기 같은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제 역량을 의미하는 ‘거시경제 안정성’에서 주요 선진국들을 제치고 1위를 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뜻밖의 소식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현 시점에 우리나라에 외환 위기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양극단의 역설적 상황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 위기가 진짜 위기가 아니란 말인가요?
 소득 격차의 심화, 영세 자영업의 몰락 등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포함한 서민 경제는 분명한 위기 상황입니다. 단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구조조정 지연, 부채주도 성장의 후유증 등이 될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낳은 구조적 요인을 등한시하고,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친 모든 주범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 경제를 더욱 침체의 길로 이끕니다.
 물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전가의 보도’로 여겨지는 것도 곤란합니다.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죠. 더욱이 급격한 고령화 심화, 4차 산업혁명 대응, 혁신으로 인한 고용 불안 등은 단기적 처방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산업구조 개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혁신 성장 등 장기적인 관점의 체계적인 대응만이 한국 경제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의 급진적 이행은 오늘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최근 보도되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로존의 비관적인 경제 상황이 터무니없이 낙관적으로 왜곡 포장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경제와 자주 비교되었던 미국 경제성장률 2.9%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군사비 지출을 통한 착시에 불과하며, 완전 고용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또한 일자리의 질만 악화시켰을 뿐 우리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이것들이 말하는 문제의 본질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주도 성장의 한계에 이미 봉착했다는 것인데도, 많은 언론들은 ‘반도체 편중’과 ‘대중국 수출 편중’ 등 구조적 문제는 외면하고, 눈에 보이는 부동산 등 ‘부채주도 성장’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문제 인식 없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리 없죠. 더구나 국내외적으로 얽히고설킨 경제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없이는 뚜렷한 경제 청사진이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적 위기는 펀더멘털의 위기가 아닌 잘못된 오진과 처방이 불러오는 위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객관적 현실을 편견 없이 직시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