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일만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후회하고 있다면
 
 인생의 중반기에 이르면 누구나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키면 후회스럽기만 하고, 다가올 미래를 떠올리면 불안하기만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50년간 15만 명에 이르는 환자를 돌봐온 정신과 의사인 저자도 가장 많이 만난 환자의 연령군이 바로 40대였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주로 이렇게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죽도록 일만 할 필요가 없었는데…. 일만 하다 보니 어느새 애들은 저를 본체만체하고 아내와는 서먹해져 버렸어요.”
“좀 더 내 마음대로 살 걸 그랬어요. 그동안 너무 저를 희생시키며 살았어요.”

 그런데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이 주는 보람과 만족, 누군가를 돌보면서 느끼는 기쁨과 성취가 있었기에 일에 몰두했던 것이죠. 즉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고, 일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자에게만 허락된 보람이자 성취입니다. 그러니 죽도록 일만 했다고 후회하기 전에,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한탄하기 전에 치열하게 달려온 자신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만약 어느 시점에 이르러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잠을 설치게 된다면 이제는 지나온 삶을 수용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열심히 노력하면 웬만한 일은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받아들임’이란 쉽지 않은 덕목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인간은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제아무리 잘나갔던 사람도 흐르는 시간을 당해 낼 재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받아들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나이 들수록 안 좋아지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조금씩 실천해 나가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100세 시대라고들 하며, 나이 들수록 좋은 점들만 열거하는 ‘낙관론’이 유행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사실, 나이 들어 봐야 좋은 것은 별로 없습니다. 건강도 안 좋아지고 사회적, 경제적 지위도 낮아집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나빠지는 것들은 무시하고 좋은 점들만 보려고 하면 과도한 짓을 저지르기 쉽습니다. 한마디로 ‘오버’를 하는 것이지요. 운동이나 성형에 집착하거나, 갑질 아닌 갑질을 하려 들거나, 과격한 발언을 쏟아 내는 등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자신을 바로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체력이 떨어진 나, 사회적으로 협소해진 나, 경제적 능력이 줄어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구나’ 하고 느껴 봅니다. 무엇을 잘못해서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나는 그대로 멋졌고, 현재의 나는 이대로 괜찮습니다. 올해로 여든다섯의 저자는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했고, 일곱 가지 병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신의 처지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서 누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쌓여 진짜 만족스러운 인생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인생의 중반기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당신의 인생,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부디 자부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어차피 살 거라면, 내 곁의 즐거움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유쾌하게 살아가세요. 마지막으로 더 이상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