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글을 읽을 때의 주의력이 예전보다 못한가요? 심지어 무엇을 읽었는지를 기억하는 능력조차 떨어졌나요? 스크린으로 읽을 때면 점점 핵심 단어만 찾아 읽고 나머지는 건너뛴다는 사실이 느껴지나요? 뜻을 이해하지 못해 같은 단락을 반복해서 읽는 때가 있나요? 더 이상 길고 어려운 글이나 책을 읽어나갈 뇌의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나요?

세계적인 인지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매리언 울프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한 번이라도 이렇게 느낀 적이 있다면, 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내 머릿속의 읽기 회로가 망가지고 있다’는 긴급한 경고입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의 정보산업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약 34기가바이트입니다. 이는 10만 개의 영어 단어에 가까운 양이지요.

하지만 디지털 기기는 편리하게 새로운 정보를 얻도록 해주는 반면, 우리가 주의를 집중해서 글을 읽거나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밀도가 떨어지는 이런 식의 읽기는 가벼운 오락거리에 그칠 뿐이지요.

산호세대학교 지밍 리우 교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한 읽기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디지털 읽기에서는 대개 텍스트를 재빨리 훑어 맥락을 파악한 후 결론으로 직행하는 ‘훑어보기’를 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런 방식은 세부적인 줄거리를 기억하거나 주장의 논리적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매체로 많이 읽을수록 우리의 뇌 회로도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뇌의 가소성으로 인해 인쇄물을 읽을 때도 디지털 매체를 대하듯이 단어를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게 되고, 그러다 보면 깊이 읽기가 가져다주는 것들, 즉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개인적 성찰 같은 본성들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누구보다도 읽는 뇌에 관한 전문가로 ‘깊이 읽기’에 자신 있었던 매리언 울프. 그렇지만 자신이 책에 몰입하던 경험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논문에서 다루던 ‘초보자 수준의 읽는 뇌’로 회귀하는 것을 깨닫고는 읽기 회로를 되찾기 위한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큰 영향을 받았던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으려 했지만, 디지털 읽기 방식에 익숙해진 자신의 뇌가 더 이상 길고 난해한 문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전문서적을 많이 읽고 상당한 지적 수준에 이른 학자라 해도 결코 깊이 읽기 회로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습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디지털 매체는 문맹 상태이거나 학습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개별적 상황에 맞게 읽기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지털 매체에서 짧고, 자극적인 정보들만 취하려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좋은 독자’로 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깊이 읽기 능력을 회복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깊이 읽기야말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사고 과정인 비판적, 추론적 사고와 반성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고,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해주며, 타인의 관점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열쇠입니다.

누구보다 독서가를 자처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길고 어려운 글을 기피하고 있는 독자라면, 『다시, 책으로』와 함께 깊이 읽기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과학적 연구와 문학적 상상력 위에서 읽기와 뇌의 상관관계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은 디지털 시대를 책과 함께 현명하게 건너는 법을 알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