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빈 라덴 체포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진은 가장 효과적인 선택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2011년 늦겨울, 빈 라덴을 추적하는 수사는 복합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신원에 대한 판단에서 복합 주택을 공격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바뀌었습니다. 복합 주택에서 서성대는 게 목격되었지만 위성사진에는 한 번도 명확히 찍히지 않은 수상쩍은 사람이 정말 알카에다의 우두머리인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죠. 그러나 확률적으로는 군사적 공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였죠.

처음에는 두 가지 선택안이 제시되었습니다. 하나는 복합 주택을 폭격하지 않고 특수작전부대가 헬리콥터로 침투해 빈 라덴을 사살하거나 생포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B-2 폭격기를 동원해 30발의 정밀 폭탄을 복합 주택에 투하함으로써 복합 주택만이 아니라 지하 터널까지 완전히 파괴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보좌관들은 이렇게 A안이나 B안으로 선택 가능성을 좁히고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통령을 유도했습니다. 모든 쟁점이 이런 식으로 짜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오바마에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가 볼 때 어느 쪽도 이상적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급습하려면 파키스탄에 알리지 않고 파키스탄 영공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과거 1980년 지미 카터 시대에 이란 주재 대사관에 갇힌 인질들을 구하려고 헬리콥터를 이용했다가 끔찍하게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죠.

한편 B-2 폭격기를 이용한 폭격은 실행하기는 훨씬 더 쉬웠지만 근처의 많은 민가까지 파괴해 애꿎은 민간인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고, 복합 주택에 감춰진 모든 증거를 깡그리 불태워 없앨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더구나 빈 라덴이 죽었다는 증거도 사라질 수 있었죠. 이에 오바마는 두 가지 선택안의 명백한 결함을 확인하고서는 보좌관들에게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라고 재촉합니다.

보좌관들은 고민 끝에 결국 네 가지 선택안을 내놓았습니다. 1) B-2 폭격기를 이용한 폭격, 2) 특수작전부대를 동원한 습격, 3) 정밀한 유도 미사일로 표적만을 제거하고 복합 주택과 주변 지역에 대한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무인 항공기를 이용하는 공격, 4) 파키스탄군과의 합동 공격이었습니다. 그러면 파키스탄의 동의 없이 영공을 침범할 위험을 해소할 수 있었으니까요.

복합 주택을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잠재적인 공격 방법들을 지도로 작성한 후 오바마와 보좌관들은 기본 방침을 바꿨습니다. 아보타바드의 복합 주택에 대한 증거를 더는 수집하지 않았고 그때부터는 각 선택안의 결과를 예상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예상되는 미래가 달랐고 그 후속 영향은 상당한 기간 동안 반향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했기 때문이죠. 먼 장래까지 내다본 중대한 결정이 그렇듯 오바마와 보좌관들도 빈 라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앞으로 닥칠 상황까지 엄밀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오바마 대통령은 두 번째 방법, 즉 특수작전부대를 동원한 습격을 선택했습니다. 그다음엔 빈 라덴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것과 똑같은 건물, 상황, 비슷한 고도까지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시행했고 결과적으로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스티븐 존슨이 주목한 점은 작전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그들이 선택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2010년 은신처를 발견한 후 작전을 실행하기까지 9개월 동안, 그들은 누구나 빠지기 쉬운 확증편향에 갇히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며, 다양한 대안과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예측했기에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대기업을 경영하거나 고난도의 외교 문제를 협상하는 전략가는 아니더라도, 우리 대부분은 살면서 인생 자체를 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선택을 마주합니다. 스티븐 존슨은 바로 그런 경우를 위해 개인의 직관을 벗어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 모델로 모든 변수와 가능한 모든 방향에 대한 ‘마음의 지도를 작성’하는 단계(mapping), 각각의 방향이 지향하는 결과를 ‘예측’하는 단계(prediction), 궁극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다양한 결과를 비교하고 검토하여 방향을 ‘결정’하는 단계(decision making)를 밟을 것을 제안합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는 심도 있는 탐구를 통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느린 선택의 합리성’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확증편향에 갇히지 않고,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 지도를 더욱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