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보통 ‘회계’라고 하면 복잡한 공식, 까다로운 절차, 어려운 용어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회계를 전공한 전문가이거나 비즈니스 업무를 위해 회계를 익힌 사람이 아니라면 낯선 개념일 수밖에 없지만, 사실 알고 보면 회계는 현대의 산물이 아닙니다. 중세 유럽 이탈리아의 장부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펀드에 이르기까지 회계는 다양한 모습의 금융 비즈니스로 체계화, 세분화하면서 세상의 부의 지도를 바꾸고, 기업 시스템을 변화시켰습니다.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세계사 속 회계 및 금융 비즈니스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돈 관리를 체계화하기 시작한 15~18세기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부기와 주식의 탄생을 알아봅니다. 지중해 무역을 하던 상인들은 항상 재난과 도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는데요, 이때 현금 없이 상업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반코(Banco, 오늘날의 은행)가 생겨 상인들은 무현금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각 도시국가별 환전 서비스 등 상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체계적인 기록이 필요했고 장부나 대차대조표 등 회계 개념이 생겼습니다. 르네상스를 맞이하며 메디치 가문은 은행 사업을 펼쳤고, 네덜란드에서는 대규모의 동인도회사와 이를 운영할 주주를 모집하는 주식회사가 등장했습니다.

  다음으로 19세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확장하는 자본과 기업의 모습을 설명합니다.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증기기관차 발명은 기존의 산업 판도를 180도 바꿔놓았습니다. 철도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고, 투자자들을 모아 이익을 내고 이를 분배하는 형태로 경영이 바뀌었습니다. 회계의 주인공은 ‘자신(경영자)’에서 ‘타인(주주)’로 변했고, 철도회사에 투자해 이익을 거둔 사람이 늘어나자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주식을 투자하게 됩니다. 19세기 말부터 대공황 전까지 뉴욕의 주식시장은 활기차게 운영되었고, 철도회사뿐 아니라 통신, 제조업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주식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급변하는 세상에서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숫자의 힘에 주목합니다. 앤드류 카네기, 존 록펠러, 코카콜라, 제너럴일렉트로닉 등 유명한 대부호들과 대기업이 등장하는데, 초보자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량생산체제와 분업제도, 프랜차이즈, 할부 판매 등등 지금의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영방식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튼튼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최대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하는 가치에도 주목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예시로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와 <렛잇비>의 저작권을 사들인 마이클 잭슨의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저작권을 구입할 당시 1,3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후 마이클 잭슨은 이보다 수십 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처럼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투자은행, 펀드 등 새로운 파이낸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규칙이나 구조는 왜 필요한 것일까요? 저자는 “담당 업무를 하지 않는 한 경영자라 해도 세세한 회계 처리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규칙이나 구조가 존재하는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회계를 역사와 함께 배우면 이런 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에서 회계와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 읽기뿐 아니라, 비즈니스 또는 교양으로서 필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회계의 세계사 | 다나카 야스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