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측한다. 고로 우주는 존재한다.”

지극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인류가 있든 없든 우주는 존재하며, 우리의 관찰 여부와 상관없이 세상은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적 사고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과학적 사고에 예사롭지 않은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천체물리학자 '브랜던 카터'입니다. 그는 ‘인류 원리’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위의 명제가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가 정의한 인류 원리의 정확한 개념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관찰자가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알쏭달쏭한 개념은 우리 인간이 살기에 너무나 훌륭하게 세팅된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고자 도입되었습니다.

“왜 이 우주는 이렇게나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우리에게 제공한 것일까?”라는 질문에 인류 원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탄생한 우주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을 따름이다.”

결국 인류 원리는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인류 원리는 우리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이 우주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영향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우주에서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일까요?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엄청나게 특별한 존재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먼지와 같이 지극히 미미한 존재로 봐야 할까요?

이는 사실 우리의 일상과 삶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위치와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항상 헷갈려 합니다. 한쪽에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자신을 극도로 비하하고, 한쪽에서는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며 자아가 비대해져서 우쭐댑니다. 그러나 인류 원리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평범하게 비범한 존재다.”
 
이는 우리가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에 있다는 말도 아니고, 평범할 때도 있고 비범할 때도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0에 가까운 확률 속에서 각자가 유일무이한 특징을 가지고 이 우주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기적같이 비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기적은 태어난 모든 이들에게 공평무사하게 똑같이 일어나므로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범하게 비범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책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는 이러한 인류 원리를 우리의 일상의 영역에 풀어 소개하는 최초의 책입니다. 영미분석철학과 언어철학 등의 분야에서 탁월하고 개성 있는 논문을 써온 저자 김한승이 ‘나’와 ‘너’, 그리고 ‘우주’의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인류 원리를 설명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방향을 제시합니다. 풍부한 우화와 사례는 우리 자신을 ‘아무나’가 아닌 ‘아무개’로 여기는 인류 원리의 통찰을 제시하고, 우리가 암암리에 가졌던 편견과 차별 의식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흔해빠진 모든 것이 기적이 된다.”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묻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기적으로 만드는 놀라운 통찰을 선사할 것입니다.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

(차별해서도 차별받아서도 안되는 철학적 이유 10)
김한승 | 추수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