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하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라도 종종 ‘바보짓’을 합니다. 똑같은 사건을 여러 명이 겪고도 나 혼자 엉뚱하게 기억하기도 하고, 잘 모르면서 잘 안다고 굳게 믿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가 축구 경기를 보면 응원하는 팀이 진다고 여겨져 보고 싶어도 꾹 참고 뉴스로만 경기 상황을 보기도 합니다.

이런 귀여운 바보짓도 있지만 가끔은 실제적 손해를 보는 바보짓을 하기도 합니다. 마케팅인 걸 뻔히 알면서도 물건을 비싼 가격에 사기도 하고, 조직 내에서 내가 보탬이 되지 않는 걸 느끼면서도 애써 합리화하며 나를 몰라주는 다른 사람을 탓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세대 심리학자 피터 홀린스는 이런 행위들이 일어나는 이유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뇌의 ‘흠결’ 때문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흠결을 잘 파악한다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뿐더러 이 흠결이 자아내는 수많은 뻘짓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지요.

 


피터 홀린스는 10대 시절, 차를 구입하려는 부모님을 따라 자동차 판매장에 갑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딜러 사이의 벌어지는 흥미로운 상황-실제로 우리 삶에서 자주 일어나는-을 보게 되지요. 

딜러는 차를 보여주며 가능한 한 마지막 순간까지 가격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고객인 부모님이 가격 얘기를 꺼내려고 할 때마다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지요. 딜러는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논의한 다음 마침내 부모님이 원하는 옵션들을 모두 포함한 가격을 제시했는데, 정말이지 놀라 자빠질 만한 가격이었습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딜러는 사실 협상할 여지를 줄이기 위하여 애초부터 아주 높은 가격을 부른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견적 가격이 아주 높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가격과 동떨어진 구매 가를 제시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이었지요.


 


이것은 바로 ‘앵커링 효과’로 앵커링(앵커anchor, 닻)은 어떠한 사건과 인물에 대한 첫인상을 만들어 끝까지 고수하게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앵커는 마음속 중요한 기준점으로 자리 잡으며 자유재량이 나도 모르게 대폭 줄어들지요. 그래서 닻줄을 애써 풀지 않으면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거나 어떤 사람이나 조직에 사실과는 다른 고정관념을 갖게 됩니다.

책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에서는 이러한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흠결’과 ‘뻘짓’들을 심리학 위에 흥미롭게 펼쳐 놓습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혹은 ‘어떻게 그게 생각이 안 날 수 있는 거지?’하는 수많은 상황을 경쾌하게 설명하며 뇌와의 ‘대 타협’을 시도하도록 이끕니다.


 


우리의 뇌는 왜곡하고 확대하고 축소하는 중대한 흠결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적이 아닌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무수히 많은 오류와 실수를 범하게 하지요. 그런데 이런 ‘뇌’와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심리학으로 나 자신과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되면 ‘바보짓’을 보다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책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에서는 ‘심리’라는 도구로 인생이라는 게임, 관계라는 게임의 룰을 파악하도록 이끕니다. 그 게임은 때로 나를 상대하기도 하고 타인을 상대하기도 합니다. 이 책이 내가 벌인, 그리고 타인이 펼치는 수많은 바보짓의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
피터 홀린스 | 명진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