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본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로마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많습니다. 로마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마치 로망과도 같은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로마를 ‘제대로’ 여행하고 온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흔히 로마에 가면 판테온과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를 구경합니다. 이 앞에 멋진 포즈로 서서 사진을 찍고, 해시태그를 달아 SNS 계정에 올립니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피자도 먹어보고,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달콤한 젤라토도 먹어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떠올리며 스페인 계단에 가보기도 하고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보기도 합니다. 로마에 왔으니 박물관도 안 가볼 수 없겠지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바티칸에 가서, 유명하다는 작품들을 정신없이 둘러보다가 인파에 휩쓸려 밖으로 나옵니다.

물론 로마를 이렇게 여행하고 오는 것도 좋겠지만, 단순히 예쁜 사진 말고 더 많은 무언가를 느끼고 얻어올 수 있다면 여행하는 그 시간이 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요? 로마‘에서도’ 할 수 있는 여행 말고, 로마‘에서만’ 할 수 있는 여행이라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더욱 멋지게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로마는 인류의 박물관이자, 문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소입니다. 로마는 서양 문화의 로망이었으며, 수많은 인문고전과 예술 작품이 태어난 요람이기도 합니다. 괴테는 로마에 와서 "전체 세계사가 이 장소와 결부되어 있으니, 나는 여기서 두 번째 탄생을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마는 수천 년 전의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는 장소이며, 그럼으로써 여행자들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곳입니다.

<나의 로망, 로마>의 저자 김상근 교수는 이러한 로마를 겉핥기식으로 여행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인문고전과 세계사를 아우르는 한 편의 장대한 여행기를 써냈습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독자들과 함께 로마를 걸으며, 발길이 닿는 유적지마다 어울리는 고전 작품을 소개하고 그 장소에 얽힌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

리비우스의 <로마사>,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읽어본 적은 없는 고전들이 저자의 소개와 함께 여행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우리 마음속에도 커다란 울림을 남깁니다.

포로 로마노는 단순히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한 대리석 잔해를 구경하는 장소가 아니라, 권력의 질주와 독점을 막기 위한 로마 공화정의 난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곳입니다. 콜로세움은 그저 멋진 건축물이 아니라, 네로 황제의 인생과 로마의 혼란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입니다.

스페인 광장에서 우리는 포에니 전쟁과 로마 공화정의 역사에 흠뻑 빠져들 수 있고, 라르고 아르젠티나(Largo Argentina)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삶과 죽음을 되새길 수 있으며, 트레비 분수에서는 아우구스투스와 그의 참모 아그리파의 참된 우정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김상근 교수는 로마 여행이 결코 관광이 아니라 사색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나와 우리를 돌아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로마를 바라보고, 걷고, 느낀 기록인 <나의 로망, 로마>를 통해, 괴테가 말한 것처럼 우리 여행자들도 로마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의 로망, 로마
김상근 |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