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몰두 · 몰입 · 전념하고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은 예로부터 참 다양했습니다. 명경지수(明鏡止水, 잡념과 가식과 헛된 욕심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 몰아(沒我, 자기를 잊고 있는 상태), 황홀경(恍惚境, 한 가지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뜬 경지나 지경)······ 등등. 아마도 그런 상태가 주는 희열이 대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대의 긍정 심리학은 바로 그런 명경지수 · 몰아 · 황홀경 상태를 연구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선두 주자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클레어몬트 대학원 교수, 그가 제시한 ‘몰입(flow)’ 개념은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했는데요. 이후 수백 명의 연구자가 플로 현상을 연구했지만 몰입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각적인 체험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누구든 우연히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몰입의 순간을 더 발전시키고 몰입의 장점을 누리려면 지식과 연습이 필요하다. 달리기를 하면 몰입을 경험할 기회가 아주 많다.”

그 결과, 그는 지난 40여 년간 몰입을 연구하면서 세운 자신의 목표―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즐겁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를 ‘달리기’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몰입과 운동의 관계를 연구한 크리스틴 웨인코프 듀란소, 육상전문잡지 <러닝 타임스(running times)>의 선임기자 필립 래터와 함께 일반 독자들에게 몰입을 향한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자 시도했는데요.

사실 현대 사회에서 몰입의 가치는 거의 종교와 다름없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오늘날에는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바로 답장을 보내야 하고, 고작 몇 분 자리를 비워도 놓친 연락이 없는지 곧장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몰입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궁금해합니다. 아마도 달리기는 현대 사회의 정보 폭격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바쁜 생활 속에 온전히 자신이 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인생의 크나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면서 무언가에 몰입했던 순간보다 강렬한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몰입의 순간은 인생을 살만 하다고 느끼게 하지요. 목표를 이루고자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와 같은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몰입의 큰 장점입니다. 달리기를 하면 다양한 상황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몰입을 경험하는 빈도가 높아지죠.

이제, 과거의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 달리기와 관련된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려볼까요. 몸과 마음이 완전히 하나가 된 것처럼 힘들이지 않고도 평생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던 기억, 혹은 멋진 풍경 속에서 조깅을 하던 중 주변이 너무나 평온해 어수선하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자연 속을 헤치듯 앞으로 나아가며 단순한 즐거움을 만끽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몰입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몰입 상태를 “흐르는 물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는데, 일정한 리듬에 몸을 맡기고 마치 물이 흐르듯 뛰는 동작이 어찌 보면 몰입의 순간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경험하는 몰입 현상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달리기와 몰입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제시하고, 유명 육상선수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몰입 경험과 독자들이 직접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이 책을 통해 ‘과연 내가 몰입을 경험할 수 있을까?’ 의심하던 독자들이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좀 더 행복하게 더 큰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외 |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