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창의성은 어디서 어떻게 탄생할까?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인간 외에도 수많은 종의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인간만이 알 수 없는 미래를 꿈꾸며 변화를 갈구합니다. 그렇다면 왜 소는 인간처럼 몸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춤을 안무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다람쥐는 나무 꼭대기까지 쉽게 먹이를 운반할 수 있는 승강기를 만들지 못할까요? 악어가 쾌속정처럼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발명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왜 발명하지 못할까요? 그 답은 바로 자신의 기대를 깨뜨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발전해 만들어진 ‘일탈하는 창의성’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창의성’이나 ‘혁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사람들은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끝없는 창조와 혁신은 사실 과거의 경험과 지식 혹은 주변에 존재하는 그 무언가를 원재료로 삼아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그 근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농업 혁명에서 산업 혁명까지는 무려 1만 1,0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산업 혁명에서 전구 발명까지는 단 120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 달 착륙까지 90년, 다시 월드와이드웹까지는 22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단 9년 후에는 인간 게놈 지도 초안을 완성하는 인류사의 기념비적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처럼 혁신과 혁신 사이의 기간이 급속도로 짧아지는 현상은 과거에 이룩한 성과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즉 창의와 혁신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류가 쌓아온 지적 토대를 바탕으로 새롭게 ‘가공’된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이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경험이라는 원재료를 흡수해 조정한 다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지 유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배운 사실을 뛰어넘을 수 있었기 때문에 늘 주변 세계를 보는 동시에 다른 가능한 세계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런 가공의 배경에는 인간만이 지닌 뇌의 특수한 작동 방식, 즉 ‘창조하는 뇌의 전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창조하는 뇌가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은 세 가지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략은 ‘휘기(Bending)’입니다. 이것은 기존에 존재하던 것의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휘기 전략은 기존 원형의 크기, 형태, 소재, 속도, 시간 등을 바꿔 숨겨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전략은 ‘쪼개기(Breaking)’입니다. 하나의 원형을 해체해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쪼개기는 새로운 창조의 재료를 만드는 전략입니다. 하나의 개체를 다루기 쉬운 조각으로 해체하는 쪼개기 전략은 새롭게 재건하거나 개조하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세 번째 전략은 ‘섞기(Blending)’이다. 2가지 이상의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섞기는 인간과 사자를 합친 스핑크스처럼 세계 문명 곳곳에서 등장했습니다. “인간의 생각은 모든 것의 연결을 찾아내며 섞는다”는 인지과학자 마크 터너의 말처럼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가 연결되면서 더 많은 섞기 전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창의성은 언제 어디서든 주변의 모든 것을 원재료로 삼아 휘고 쪼개고 섞고자 합니다. 이 세 가지 전략은 각자, 때로는 둘 이상 협력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혁신을 완성합니다.
우리의 뇌는 신축적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신축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뇌 속 회로의 끝없는 재창조로 우리 삶은 날로 노련해지는 작품처럼 발전하고 있습니다. 창의력으로 가득한 삶은 뇌의 신축성을 유지하며 주변 세상을 리모델링하고 우리 자신도 리모델링하는 것이죠. 만약 인간의 창의성을 보다 잘 이해한다면 교실에서 중역 회의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대인들의 농업 혁명부터 21세기 커뮤니케이션 혁명까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다빈치부터 현대 미술의 새 장을 연 피카소까지, 현대 물리학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인슈타인부터 현대인의 생활상을 완전히 바꾼 잡스까지, 지구를 벗어난 위대한 첫 걸음이었던 달 탐사부터 누구나 우주여행을 꿈꾸는 시대까지, 인류가 탄생시킨 놀라운 혁신 성과를 톺아보며 창의성의 비밀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면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데이비드 이글먼 |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