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돈이 되는 세상

살면서, 원치 않았더라도 날 선 질문에 답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가 당신에게(이 사업에, 이 상품에) 왜 투자를 해야 하죠?”, “당신이(이 상품이) 다른 사람(상품)보다 뛰어난 것은 무엇인가요?”, “다른 콘텐츠 대신에 당신의 콘텐츠를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신의(상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일까요?”
 
내가 나를 모르면 누구에게도 나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가, 면접관이, 소비자가, 시청자가, 유저가 던지는 이런 칼날 같은 질문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답하려면 나의 본질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말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답할 수 있습니다.
 
Q. 굳이, 꼭 한 단어로 나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A. 예, 있습니다. 나의 본질과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가치라는 것이 숫자나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운데 가치의 변화를 어떻게 확인하죠?
A. 눈에 보이는 숫자, 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미래의 직업 프리랜서’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버 평균 연봉이 6,400만 원이 넘고, 구독자 10만 명 이상의 채널이 1,275개(2017년 기준)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튜브로 생계유지가 가능한 크리에이터는 몇이나 될까요? 크리에이터들의 월평균 소득이 536만 원으로 조사되었지만, 중간값은 150만 원에 불과합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일부 크리에이터가 전체 평균을 높인 것이죠. 구독자가 10만 명인 유튜버가 월 280만 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은 연봉 17억 원의 유튜버로 유명합니다. 월평균 1억 4천만 원 이상을 법니다. 그의 유튜브 채널 ‘대도서관 TV’는 구독자가 184만 명이 넘습니다.
대도서관은 자신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딴짓’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인터넷 방송으로 이름을 알렸고, 콘텐츠 또한 ‘게임’이라는 대중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소재를 채택해서 성공했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의 인생이 ‘쓸데없는 짓의 연대기’이며, 그것이 ‘다름’과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말합니다.
 
돈이 되는 것은 한 단어로 말한다
미국에서 유튜브 채널 ‘Evan Carmichael’을 운영하는 에번 카마이클은 구독자가 198만 명이 넘습니다. 그는 자신의 키워드가 ‘믿음(BELIEVE)’이라고 합니다. 그는 10만 달러의 연봉을 거절하고 19세에 생명공학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지만, 한 달에 35만 원을 버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본질을 담은 한 단어 ‘BELIEVE’를 찾고 이를 주제로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구독자 198만 명을 모았으며, 미항공우주국, 존슨앤드존슨,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플러스, 링크드인, 델컴퓨터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고객을 확보한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 글을 써서 독자와 만나는 작가, 영화나 프로그램으로 대중과 만나는 감독과 프로듀서라면 정체성을 대변하는 키워드를 가진 콘텐츠와 그렇지 못한 콘텐츠가 대중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는 단 하나의 제목이나 카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입소문의 파도 위에 올라타는 데 성공합니다. 명징하고 적확하며 신박한 키워드로 자신의 필요성과 가치를 인식시키죠.
 
상품 홍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일한 상품이 키워드를 바꿔 재론칭 되어 히트한 사례가 많습니다. 유유제약의 대표 상품인 베노플러스는 복합 연고로 ‘멍든 데, 부은 데, 벌레 물린 데’ 모두 좋은 제품으로 론칭 되었지만, 경쟁상품인 멘소래담이나 물파스에 밀려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멍’ 그것도 ‘여성의 피부를 생각한 멍 전문 치료제’로 키워드를 바꾸고 나서는 독보적인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페브리즈 역시 론칭 초기에는 무색무향의 ‘방향제’로 홍보하다가 전략을 바꿔, 냄새 자체를 없애주는 ‘탈취제’로 홍보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지금은 탈취제의 대명사이자 P&G의 대표 상품이 되었습니다.
모두 상품의 본질을 드러내는 한 단어를 찾고 그 단어를 상품의 이름과 대표적인 카피로 활용한 성공사례입니다.

 
본질이 담긴 한 단어는 힘이 세다

포천 500대 기업 목록은 1955년에 처음으로 작성되었는데, 최초의 목록에 올랐던 기업 중에서 지금까지 등재된 기업은 고작 1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창업가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창업 후 3년 안에 문을 닫는 기업이 열 곳 중 8곳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외식 산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창업 3년 내 폐업률이 60퍼센트에 달합니다.
실패한 창업가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나의 아이디어, 상품, 서비스를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는 내용을 마주하게 됩니다.

신의 콘텐츠를, 사업을, 상품을, 일을, 누군가와 소통하고 알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의 좋은 점과 실용성, 가격 대비 성능을 말하기 전에 그것의 본질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한 단어를 먼저 찾아봤으면 합니다. 그것이 상품의 가격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하수와 상품의 본질과 가치를 강조하는 고수의 차이입니다.


에번 카마이클 | 한빛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