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적 없나요?

잠들기 전 하루 일을 필름처럼 돌려봅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그때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거부당한 것 같다 싶으면 좌절과 우울 속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다시 그 사람을 만나기가 꺼려지고 마음이 위축됩니다. 예민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도 누구나 종종 경험하는 일이지요.

우리는 거절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적에게조차 인정받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니까요. 헤겔이나 악셀 호네트 같은 철학자가 제대로 짚었듯, 실로 ‘인정투쟁’이라고 할 만합니다. 잘했다고 칭찬받고 싶고, 격려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흡족할 만큼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아요. 어쩌면 이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생각만큼 관심이 많지 않게 마련이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과연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나 자신만 돌아보아도 금방 확인할 수 있지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존감은 정신의 직립을 가능하게 하는 뼈대

인간관계 심리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양창순 박사는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에서 바로 내가 나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남들이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길 바란다면, 남에게 원하는 걸 바로 자신에게 해주자는 것입니다. 내게 “넌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바로 자존감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칭찬받을 때 자존감이 충족되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자신을 칭찬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후회와 자책에 불필요할 정도로 빠져들곤 하기 때문이지요. 말하자면 내면의 중심축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인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져야 하고 때론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존감의 문제를 두고 씨름하는 이라면 책의 앞부분, 특히 103-107쪽에 실린 저자의 조언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자존감 수칙’을 찬찬히 읽어보세요. 퍽 담백한 내용이지만 그 하나하나에 경험에서 우러난 깊이가 배어 있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이 퍽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삶, 편안한 관계를 위한 자기 이해의 심리학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지요. 이렇게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 자기 긍정이라는 양식이 내면의 곳간에 가득 쌓이면, 우리는 한결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러워지고, 다른 이들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줄 여유도 생깁니다. 물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존중’과 나의 일만 중요하다는 ‘자기중심’은 다르지요. 누구도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하므로, 꾸준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125-129쪽).

이렇게 책은 먼저 인간의 정신적 생존에 꼭 필요한 자존감, 자기 긍정, 자기 확신의 문제를 다룬 뒤에(1, 2장) 이러한 자기 긍정의 토대 위에서 다른 이들과 좀 더 편안하게 관계를 맺는 방법을 제시합니다(3장). 특히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직장생활과 조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4장과, 대표적인 심리적 문제들을 짚어보는 5장은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에서 우러난 예리한 통찰이 빛을 발하는 대목입니다.

살다 보면 꼭 마주치는 ‘웬수 같은 인간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나 자신의 어두운 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많은 유익을 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겪고 있을 다양한 강박과 불안, 공격적 성향, 기타 병리적 문제들을 제대로 다루면서도 어려운 정신의학 이론을 들먹이지 않고서도 쉽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양창순 박사 글의 장점이지요. 상담 중 만난 실감나는 사례와 문학작품 혹은 영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는 자연스레 읽는 이에게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인격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조언, 이를테면 휴식, 취미, 독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는 것의 중요성에 관한 글들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6장).
 
삶이 너무 고단하고 인간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더 좋은 삶의 전망을 포기하고 당장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사소한 것들에만 관심을 두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소중하지 않나 싶습니다. 현실의 문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더 나은 삶, 편안한 관계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귀중한 지혜를 선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밤은 자신에게 이 말을 들려주면 어떨까요. “너, 참 괜찮은 사람이야.” “너, 참 열심히 일했어.”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양창순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