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본질을 보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이 본질이라는 것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많을수록 본질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내가 이 바닥 경험이 20년이야, 20년!” 하며 자신 있게 외치는 분일수록,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한 분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본질을 보는 눈이 흐린 경우를 많이도 보았습니다. 과감하게 운을 뗐으니, “훌륭한 주장은 훌륭한 증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천재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말처럼 그럴듯 한 근거를 제시해야겠죠?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뇌가 만들어내는 인지활동의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우리 뇌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본질을 보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하게 됩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살펴볼 내용은 우리 뇌의 ‘인지적 구두쇠’ 경향입니다. 이 개념은 쉽게 말해, ‘우리의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가급적 적은 에너지를 쓰려는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뇌가 ‘구두쇠 짓’을 하는 셈인데요, 인지심리학자들이나 인지과학자들이 인간의 본능적 특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입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뇌도 심장이나 콩팥과 마찬가지로 신체 기관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기관은 최소한의 에너지로도 제 기능을 하도록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관이기에 이런 성향이 더욱 강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우리의 뇌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과 정보에 연관 지어 그 현상을 ‘신속하게’ 처리해버립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탐색하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작용은 이미 뇌에 저장되어 있는 관련 정보(경험 혹은 지식)가 많을수록 더욱 빠르게 일어납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직관의 정체이고, 이 직관 때문에 경험이 많을수록, 지식이 많을수록 오히려 숨겨진 진짜 본질을 차분하게 살펴보기가 어려워지는 셈입니다.

 
기획이나 마케팅을 논할 때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문제의 본질을 찾아라’입니다. 본질을 찾아야 눈앞에 놓인 상황이나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본능은 애초에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본질을 바라볼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인간의 이성은 본능이 만들어놓은 비합리적 결정을 두둔하며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마케팅 해부실험》의 저자 황성욱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소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는 마십시오!” 소비자의 말은 제품이나 서비스 선택의 ‘진짜 이유’라기보다, 인간의 본능과 이성이 합작해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현상 속에 숨겨진 문제의 본질,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진짜 이유인 ‘동인(Driver, 動因)’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저자는 문제 해결의 열쇠인 ‘동인’이 ‘욕구’와 ‘가치’라는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즉, 소비자들의 어떤 욕구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동인을 찾는 방법인 것이지요. 《마케팅 해부실험》을 통해, 동인을 구성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내 여러분의 제품과 서비스에 담아내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