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자본의 흐름이고, 돈의 대내적 값인 금리와 대외적 값인 환율은 돈의 흐름을 읽는 바로미터입니다. 돈은 미국 금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돈은 각국의 금리와 환율, 경제 성장, 경제 펀더멘탈과 여러 이벤트에 따라 요동을 칩니다. 자본 유출을 겪는 나라의 경제는 침체되고 위기를 맞기도 합니다. 펀더멘탈이 튼튼한 나라는 버텨내며 오히려 기회를 맞습니다. 세계 경제의 결과는 다시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고 미국의 금리 결정에 반영됩니다.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것이 세계 경제이지만, 거시적으로는 잘 짜여진 기계처럼 글로벌화된 세계 경제가 움직입니다. 이 책은 지난 30년 금융의 역사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의 엔고 시대가 초래한 버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디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무제한적으로 엔화를 찍어 뿌리는 정책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가 다시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럽연합의 태생적 모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독일은 자국 통화 대비 약세인 유로화를 통해 수출 성장을 이루어내었으나, 그리스 등 산업경쟁력이 없는 나라들은 수입국으로 전락해 막대한 국가 부채를 지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경기부양 대신 긴축을 유럽연합에 요구했고, 그 결과 유럽은 아직도 경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양적 완화를 택한 미국이 빠르게 경기를 회복한 것과 대비됩니다. 중국의 부채 위기는 중국 기업의 부채 위기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달러 빚 부담 증가와 자본유출 때문에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할 수도 없고, 수출 가격 경쟁력 때문에 절상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중국이 선택한 것은 새로운 생산성 혁명을 통한 성장입니다. 중국이 제조2025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미국에게도 중요한 미래 밥줄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세계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혹자는 세계 경제에서 공조를 통해 상생을 이룬 시기는 극히 짧은 기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시기가 각자도생을 위해 경쟁한 시대였기에 지금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 경제가 공멸의 위기를 맞이하면 다시 공조를 취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저자는 2015년 하반기의 중국 위안화 위기에서 비롯된 세계 경제의 충격을 수습하기 위해 G20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 경기를 부양하는 환율 전쟁을 자제한, 일명 상하이 합의가 그런 공조의 사례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그냥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non-US 국가들로 자금이 흘러들어가 투자와 생산이 다시 일어나고, 이들 국가의 수출이 다시 살아나는 선순환 과정이 만들어지려면 무엇보다 달러 약세가 전제조건입니다. 무역전쟁의 장벽이 해소되지 않고 미국이 성장의 파이를 독점한다면 지금처럼 미연준이 금리를 내려도 달러는 강세가 될 것입니다. 미국이 성장의 파이를 독점하는 한 나머지 국가들은 남은 조각이라도 가져가기 위해 환율전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미국으로 세계의 돈이 몰려들면 달러는 강세가 됩니다. 이머징 국가들의 달러 빚 부담은 점점 더 증가하고 성장은 점점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 모든 악순환을 끝내는 조건이 바로 공멸의 위협입니다. 공멸의 위기가 점점 더 분명해질수록 글로벌 공조의 전망도 밝아질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합니다. 저자는 글로벌 공조에 앞서 2차례 정도의 마찰적 조정이 앞으로 3년 정도의 기간에 걸쳐 일어날 것이며 지금 우리가 이 마찰적 조정이 시작되는 국면에 들어와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 침체의 부메랑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좋음에도 미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