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은 꼭 지시를 저렇게 하더라. 좀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면 얼마나 좋아. ‘이익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보라’고만 하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식 아니야? 에휴~”
 
오늘도 김 대리는 팀장의 지시를 받고 한숨부터 쉽니다. 김 대리의 상사인 조 팀장은 업무 지시를 할 때 해결책에 도움될 만한 구체적인 지도를 주지 않습니다. 그저 올라갈 산만 가리킬 뿐입니다. 올라오는 건 알아서 하라는 거죠. ‘이익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하는 대신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 원가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삽질’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해진 방향으로 전력 질주를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성과도 훨씬 좋아질 텐데 말이죠. 그래서 가끔 김 대리는 팀장의 능력을 의심합니다. 혹시 팀장 본인도 아무것도 몰라서 저런 뜬구름 잡는 식의 지시를 내리는 건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아주대 심리학과의 김경일 교수는 다른 얘기를 합니다.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리더에게 딱 한 가지만 조언하라고 한다면, ‘목표를 애매하게 제시함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크게 주라’고 하겠다.’” 무슨 말인가요? 그러니까 조 팀장의 업무 지시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뜻입니까? 맞습니다. 원가를 줄이자 보다는 ‘이익을 늘리자’, 특정 제품의 매출을 늘리자 보다는 ‘이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자’, 수송비를 줄이자 보다는 ‘시스템 전체의 물류 비용을 줄이자’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은 목표 제시 방법이라는 겁니다. 조 팀장이 왜 이렇게 애매한 지시를 내리는지,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 더 생각해보지요.
 
차이를 만드는 생각의 중심에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시대는 정답이 없는 시대입니다. 정치, 경제, 교육, 법률… 어느 분야의 어떤 문제이든 객관식이 없습니다. 단답식도 없습니다. 공식도 없습니다. 복잡한 문제는 사람과 현상과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이 매우 중요합니다. 질문의 수준에 따라 문제해결의 길이 달라집니다. 만약 리더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면 분명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즉 솔루션 스페이스(solution space)는 무척 넓을 겁니다. 김경일 교수의 말대로라면 해석의 여지가 클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해결 아이디어가 풍부해지는 길을 열어줍니다.
 
조 팀장은 둘 중 하나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거나 최고의 문제해결사이거나. 후자가 맞다면 조만간 조 팀장은 ‘이익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지시 이상의 지시를 내릴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우리 회사가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처음의 지시는 김 대리를 위한 워밍업에 불과했거든요. 반면 문제해결에 무능한 리더라면 이렇게 지시를 하겠죠. “상품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라.” “충성 고객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라.”
 
이 책의 저자인 조준호 LG인화원 원장은 우리 사회와 기업 조직의 문제점 중 하나로 ‘근본적인 질문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이는 ‘생각의 수준’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질문의 깊이는 생각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여러분의 리더가 어떻게 업무 지시를 하는지 잘 관찰해보세요. 그리고 리더 본인이라면 자신이 어떻게 지시하고 질문하는지 돌아보세요. 제대로 질문하고 지시할 줄 아는 리더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