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비전(vision)의 연도입니다. 새로운 천 년을 맞고 나서 두 번의 10년이 지나는 해이기도 하고, 2와 0이 2번 반복되는 운율도 왠지 멋져 보이죠.

하지만 2020년이 목전에 와 있는 지금, 안타깝게도 기대와 달리 전망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 분쟁은 세계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고, 우리나라는 여기에 한일 갈등까지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사정 역시 녹록지 않아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동력 약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무인화 서비스의 확대를 비롯한 유통 혁명 등 여러 혼란과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렇다 해도 극복할 수 없는 위기는 아닙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합쳐 분투한다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비전 2020’의 빛나는 한 해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제 소의 힘을 빌려 더 멀리 내다보는 쥐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2020, 위기를 돌파할 작은 히어로들이 온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인데요, 12간지 중 첫 번째 동물인 쥐는 꾀가 많고 영리하며 생존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죠. 〈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라따뚜이〉 등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만큼 친근한 이미지로 우리 곁에 존재해온 동물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만화영화〈마이티 마우스〉의 주요 줄거리는 “늑대들이 어린 양을 공격하면 주인공 마이티 마우스가 늑대를 혼내주고 양을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마이티 마우스’처럼 용감하게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2020년의 키워드 두운을 MIGHTY MICE로 맞췄습니다. 한 사람이 영웅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작은 히어로가 되어 힘을 모아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원제목의 ‘mouse’ 대신 그 복수형인 ‘mice’를 사용했답니다.
 

 


2020, 새로운 종족의 출현과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세상

현대인은 취향과 정체성으로 흩어지고 모이며 자기만의 부족을 형성합니다. 2020 대한민국의 새로운 종족으로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업글인간’‘오팔세대’, ‘페어 플레이어’ 그리고 ‘팬슈머’를 꼽았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중하는 업글인간은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하죠.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에요. 이들의 모토는 “나는 업글한다. 고로 존재한다”랍니다.

대한민국 인구 구조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오팔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구수뿐만 아니라 자산 규모와 소비 측면에서도 이들은 업계의 판도를 충분히 뒤흔들 만한 영향력 있는 소비군인데요, 2030 세대만큼이나 신기술에 능숙하고 자신의 표현에 적극적인 오팔세대는 보이지 않는 소비의 큰손입니다. 이들은 <보헤미언 랩소디>, <내일은 미스트롯>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할 만큼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모든 보석의 색을 담고 있다는 ‘오팔’처럼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는 세대의 등장에 주목해야 합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공정함을 외치는 대한민국의 ‘페어 플레이어’들은 오늘도 묻습니다.

“경기의 규칙은 공정한가?”
“당신은 혹시 무임승차자가 아닌가?”

소비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구매 행위는 일종의 ‘화폐투표’입니다. 지금 역사상 가장 공정함을 추구하는 세대가 일어나고 있죠.

팬심과 덕심으로 똘똘 뭉친 소비자들은 이제 ‘팬슈머’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그 무엇이든 처음부터 공들여 기르고 키워나가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랍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원과 지지만 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죠. 내가 키우기 때문에 간섭과 견제, 비판은 당연합니다. 이제 팬슈머는 기업에게 자산과 같습니다. 팬슈머와의 올바른 파트너십은 연예와 마케팅, 정치, 비즈니스 모든 부분에서 필수입니다.

이 새로운 종족에게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 다중 정체성 ‘멀티 페르소나’,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편리미엄’,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는 ‘스트리밍’ 트렌드입니다. 또한 기업과 브랜드는 이제 적자생존을 넘은 ‘특화생존’ 전략이 필요하고 그냥 개인화가 아니라 ‘초개인화’ 기술에 매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객과의 최종 접점에서 최대의 만족을 제공하는 ‘라스트핏 이코노미’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 주목해야 한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 외 | 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