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에 빠질 때까지 몸을 혹사하고,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와 성형에 빠지고, 생각에 갇혀 몸에 전해지는 감각들을 억압한 채,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갑니다. 이처럼 무한경쟁과 타인의 시선에 매몰된 대한민국에서는, 흔히 몸은 정신보다 열등한 것으로 간주되고 도구화되는 경향이 강하기에 후유증 역시 심각합니다. 몸을 억압하며 어른이 된 우리들. 과연 나의 몸과 마음은 괜찮은 것일까요?
 

책 『이제 몸을 챙깁니다』의 저자 또한 정신과의사로, 20여 년 동안 효율과 결과를 좇으며 ‘속도 중독자’ ‘생각 중독자’로 살아오며 몸을 돌보는 데 관심이 없었습니다. 몸의 이상 신호를 느끼게 된 마흔 중반, 상담 중에도 내담자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안식년을 갖습니다.

그 시간 동안 오감을 깨우는 긴 여행을 통해 오랫동안 몸을 외면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서서히 삶의 리듬을 회복했습니다. 이는 여행 후 일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내면의 변화는 물론 치유에 대한 관점도 달라져 언어와 이성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몸을 통한 마음의 치유와 훈련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몸을 바라보는 관점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몸인 ‘바디(body)’와 자신의 마음이 깃든 몸인 ‘소마(soma)’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소마가 아닌 바디의 관점으로 살아갑니다. 과도한 다이어트 및 성형 등은 바디 이미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방증이며, 심리적 방황을 비롯 번 아웃, 운동 중독의 증가는 주체로서의 몸이 소외된 결과입니다. 존재의 실체인 감정들은 몸의 상태와 감각에서 비롯되는데, 오로지 머리로 이를 해석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점점 분리됩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통합과 연결이 시급한데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바디풀니스(bodyfulness)’입니다. 이는 ‘몸챙김’이란 말로서 ‘순간순간 따뜻한 주의를 몸에 기울이는 것’을 뜻합니다. 몸챙김에는 주의, 자각, 인지 요소가 모두 포함됩니다. 먼저 몸의 감각에 관심을 집중하고, 신체감각을 느끼고 난 뒤 그 감각의 신호와 의미를 이해하는 전체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결국 몸을 돌보는 것이 마음을 돌보고(마음챙김) 삶을 돌보는(삶챙김) 가장 근본적이고 빠른 길입니다.  책 『이제 몸을 챙깁니다』는 몸을 자각하면 굳어버린 뇌와 의식이 깨어나는 이유와 자세, 수면, 음식 먹기 등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결과를 통해 보여주며, 폭식증, 자해 등 몸으로 드러나는 증상 이면의 심리적인 요인들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짚어줍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움직임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스스로 몸에 활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섬세하게 몸을 자각하는 ‘바디스캔’, 안정된 자세로 마음을 돌보는 ‘그라운딩’, 운동보다 열량 소모가 더 많은 의식적인 일상 활동 ‘니트’ 등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소개합니다.
 

오늘날처럼 과도한 자극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더욱더 몸챙김이 필요합니다. 이를 방증하듯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요가와 달리기 등의 운동은 물론 ‘홈트’와 다이어트 열풍이 더욱 거세지며 관련 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몸에 대한 근본적이고 심리학적인 논의는 부족합니다. 그런 시점에 『이제 몸을 챙깁니다』가 조금씩 몸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힘을 주고. 몸과 마음, 즉 삶을 통합하여 나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 해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