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추락하는 출산율은 미래 소비를 어떻게 바꿀까요?
 
 2019년 출생아수는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출산율은 ±0.90명 안팎이다. 2019년 출생아수가 30년 후 모두 결혼하면 2049년 출생아수는 출산율 1명을 반영해도 ±15만명이다. 누계하면 2079년 ±7만5,000명, 2109년 ±3만7,500명, 2169년 9,375명 수준이다.
 전제가 과격해도 낭설은 아니다. 오히려 전원결혼과 지금보다 더 높은 출산율 1명(2019년 ±0.9명)을 반영했기에 더 낙관적이다. 즉 장기흐름만 보면 자녀동반 가족모델은 희귀사례에 가깝다. 결혼해야 출산하는 한국적 현행 관행이 계속되면 후속생산의 가족구성은 절멸위기에 놓인다. 역사 속에서만 남을 가족소비인 셈이다.


 과거의 성공경험은 잊는 게 좋다. 더 빨리 더 많이 잊을수록 기회는 확장된다. 극한의 마이크로 소비자가 만들어낼 미분소비는 가족 전제의 적분소비와 기본적으로 상충된다. 가족해체·파괴는 이를 한층 추동할 수밖에 없다. 미분소비의 최전선을 달리는 일본이 그렇다. 집중적인 관심·연구 속에 새로운 소비욕구의 발굴과 기업대응에 열심이다.
이젠 제도변화까지 구체적이다. 가족변화로 과거제도의 설명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표준가족’의 폐기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그간 ‘남성전업+여성가사+자녀 2인’의 4인 가족을 표준모델로 봤다. 세제·복지(사회보장)·교육·행정·산업 등 각종제도를 설정할 때 이를 모태·평균으로 보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더는 아니다. 표준가족은 1974년 14.56%(1위)에서 2017년 4.6%(9위)로 점유비중이 떨어졌다.


 실제 소비행동의 태도변화는 묵직하다. 일본의 최근 30년(1989-2019년)에서 확인되는 소비변화의 키워드는 가족, 여성, 청년, 인터넷 등 4개로 압축된다. 가족은 ‘2세대→1인화’로 정리된다. 표준세대였던 ‘아빠전업+엄마가사+2인 자녀’의 4인 가족은 전체 세대에서 5%도 안 되는 반면 단신세대는 35%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소비는 컴팩트화된다. 4인분은커녕 2~3인분도 줄어드는 한편 1인용 상품·용기·기기가 히트상품이 됐다. 자녀양육 중인 세대도 1/4로 감소했지만, 맞벌이·무자녀(DINK족) 세대는 2배로 늘었다. 자녀소비가 설 땅을 잃는다는 의미다.

 반면 조부모의 손자소비는 활황이다. 게다가 지금 3040세대는 저성장에 익숙해 가능한 소비억제형이다. 그러나 필수라고 여기는 통신, 주택 등엔 지출한다. 주목할 건 맞벌이소비다. 시간·수고를 줄여주는 가외(家外)·대행소비에 익숙하다. ‘적분소비→미분소비’로의 전환분야는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사실상 생활 전반에서 잠재적인 미분소비로의 욕구 전환이 예상된다.


 초기단계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필수소비와 관련된 미분소비다. 혼자 살기에 홀로 해결해야 하는 생활수요는 거의 해당된다. 삼시세끼부터 살림살이의 미분화다. 가족포기의 대체로 등장한 나홀로의 삶을 충실히 도와주는 재화가 후보군이다. 쪼개고 나누는 상품·서비스의 제안으로 연결된다. 포인트는 무엇이든 1인화다. 제한은 없다. 용량·포장의 세분화는 고객욕구별 미시차별과 연계될 때 빛을 발한다.

일본의 유명쌀집 아코메야는 1인분·2인분의 고급화된 포장판매로 고객발길을 잡았다. 10~20kg의 대용량에 익숙한 고정관념을 깼다. 비단 쌀만이 아니다. 둘러보면 여전히 가족전제의 적분소비에 함몰된 제품·서비스가 많다.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은 상실된 연대욕구를 충족시킬 미분소비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그래도 하고픈 소비영역의 발굴이다. 혼술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밖에서 나홀로 마시기란 쉽지 않다. 외롭고 불편하며 부담 없이 누군가와 떠들고픈 욕구를 채울 수 없다. 이때 인테리어만 1인화에 맞춘 기존 대응과 달리 남과 섞여 쉽게 대화할 수 있는 현장교류를 전제로 한 사업모델이 도출된다. 교류를 부추기는 배치·동선으로 가볍게 홀로 찾는 술집모델(호로요이토)이다. 혼자지만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신인류의 참가형 미분욕구를 위해 가맹점을 모아 안내·표시한다.

혼자면 못할 유희대상까지 포섭해 1인이되 집단효용을 누리도록 고안했다. 혼자라도 즉석으로 팀을 짜 집단경기를 즐기는 모델까지 나왔다(래스트풋살시티). 축구를 하고 싶을 때 방문하면 같은 처지의 솔로들과 팀을 짜 즐기도록 했다. 물론 운동 후엔 깨끗이 헤어지며 다시 본연의 미분생활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