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미래를 예측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모든 사물에 탑재된 칩’으로 과거 대비 엄청나게 저렴해진 컴퓨터와 센서 비용으로 인해 세상 모든 사물에 칩이 탑재되고 이로 인해 사물인터넷(IoT)이 구현되면서 미래에는 모두가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더하여 동부 해안을 휩쓸었던 허리케인 ‘도리안’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당시 태풍이 덮치자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허리케인 경로에 있는 고객들의 자동차 운행 거리 제한을 풀어 1회 충전으로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게 했습니다. 원래 테슬라의 일부 모델은 소프트웨어에 의해 운행 거리가 제한되는데, 태풍이 접근하자 테슬라는 본사에서 키보드 한 번 두드린 것으로 이 제한을 풀어 운전자들이 더 먼 거리를 이동해 탈출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입니다.

위 사례가 바로 ‘초연결 사회’의 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는 기저귀와 커피머신에서 젖소, 공장 로봇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에 컴퓨터와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심을 것입니다. 2035년까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는 1조 대에 달할 것이며, 이 컴퓨터들은 식품 포장에서 교량, 의복 등 모든 것에 내장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얻을 것이고 제품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초연결 사회는 미래에 우리가 맞을 가장 큰 변화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마련됐고, 사물인터넷의 대두로 모든 사물이 연결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습니다. 여기에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의 속성을 지닌 5G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스스로 움직이게 해주는 AI가 결합하면 초연결 사회 실현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 책은 초연결 시대의 핵심 동력인 5G와 AI 외에 18개의 키워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8개의 키워드는 다시 비즈테크, 퓨처테크, 테크이슈 세 가지로 독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나눠집니다. 비즈테크 중 대표적인 키워드는 VR과 스마트 모빌리티입니다. VR 부문은 지금까지 장애로 작용됐던 VR단말기가 가격 하락과 경량화에 성공하면서 PC나 콘솔, 스마트폰 없이 VR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향후 VR 시장은 게임을 즐기는 10대부터 개인 미디어 시청을 선호하는 30~40대까지 퍼져나갈 것입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차량의 소유에서 공유 단계를 거처 ‘이용’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서비스’의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차량 소유의 필요성은 감소하고 모빌리티 플랫폼 중심의 통합 이동 서비스, 이른바 서비스로의 모빌티티(MASS) 시장이 만들어지고 성장할 것입니다.

퓨처테크 대표 키워드로는 협업 로봇과 엣지 컴퓨팅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협업 로봇 부문에선 현재 센싱 기술과 자율적 AI의 도입으로 작업 환경에 스스로 최적화하는 로봇이 연구 개발 중입니다. 기존의 로봇은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협업로봇은 ‘스스로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엣지 컴퓨팅은 중앙으로 집중되는 데이터를 고객 단에서 실시간, 병렬적으로 처리하도록 분산하는 혁신 기술입니다. 특히 별도의 엣지 통신센터를 둔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 기술은 지연 시간을 대폭 단축해 5G 서비스 품질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테크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미·중 분쟁입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두 나라의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으로 계속 주목해야 할 이슈입니다. 얼마 전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 기업 8곳을 추가로 제재 리스트에 올렸는데, 이 8개 기업 중 절반이 AI 관련 기업입니다. 중국의 ICT 기술이 미국을 위협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뜨거운 키워드는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혁신 기술 트렌드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의 투기성 문제 등으로 장밋빛 전망에 대한 거품이 걷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자체가 가진 기술적 잠재성은 여전히 큽니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리브라’를 2020년 발행한다고 발표했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금융기관은 수용이냐 규제냐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현재 페이스북 일 이용자 수는 15억 명으로 리브라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신용카드를 뛰어넘는 네트워크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 업체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