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agile)은 민첩하고 기민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로 '민첩하게 변화를 감지하고 유연하게 혁신하는 조직을 목표로 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가리킵니다. 2000년대 초반 보다 나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들이 발표한 선언에서 시작된 애자일 패러다임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 제조, 제약, 통신, 항공기 등 업종과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조직에 급격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발부는 3주 단위로 4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수백 개의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마감합니다. 스포티파이는 4개월 만에 수천만 사용자의 개별 취향을 고려해 음악을 선곡하는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를 개발했고요.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 그리펜을 개발한 사브는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운영체제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짧은 주기로 일하면 보통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업무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들이 복잡한 일을 잘게 쪼개 빠른 속도로 실행하면, 재빠르게 혁신하고 학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적고 문제를 찾아 수정하는 능력이 훨씬 좋아집니다.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이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알게 되기 때문에 일에 몰입하는 정도도 높아지고요.

애자일 경영의 최전선에서 15년간 이를 연구해온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의 저자 스티븐 데닝은 작은 팀의 법칙, 고객의 법칙, 네트워크의 법칙을 통해 애자일을 체화한 조직은 전략적 기민함으로 멈추지 않는 혁신을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애자일 조직은 작은 팀의 법칙에 따라 소규모의 자율적인 기능혼합팀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업무 사이클을 짧게 잡고 비교적 작은 단위의 업무를 맡되 최종 소비자나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공유합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아주 작고 다루기 쉬운 조각으로 쪼개서 해결하는 것이지요.



 


애자일을 수용한 기업들은 고객의 법칙에 따라 모든 직원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는 데 열중합니다. 모든 조직원의 시선이 고객을 향해 있으며 자신들이 하는 일이 고객에게 가치를 얼마나 더해주는지 압니다. 혹 고객이나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왜 그 일을 하는 건지 즉시 의문을 가집니다.

또한 애자일 실무자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고객을 기쁘게 하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개인들의 유동적이고 투명한 네트워크라고 여깁니다. 이렇게 조직 전체가 애자일을 진정으로 수용하면 조직은 거대한 함선에서 소함대의 작은 쾌속정처럼 변신합니다. 정적인 기계를 탈피해 고성과 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바뀝니다. 이런 조직의 경영자들은 조직 전체의 역량을 믿고 어디서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는 국내 100대 기업,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직 건강도와 일하는 방식 진단’을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의 77%가 글로벌 평균 대비 조직 건강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잦은 야근, 비효율적인 회의와 보고, 구시대적 업무 행태가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애자일 경영은 하향식 관료주의와의 작별을 뜻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상사가 일일이 명령하는 구조에서 창의성과 협력을 장려할 수 있을까요?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여러 단계의 수직적 명령 체계를 거슬러 올라가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조직이 어떻게 민첩해질 수 있을까요? 저자는 애자일로 조직을 전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영진의 관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실행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회사들이 초반에 큰 좌절을 겪었습니다. SRI 인터내셔널은 18개월 동안 격주로 월요일마다 핵심 팀원이 모여 혁신, 시장, 잠재 고객에 대해 깨달은 바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1년 동안은 혁신이 뭔지, 가치 창조가 뭔지 헤맬 때가 많았고, 프레젠테이션 역시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SRI 인터내셔널에 적합한 가치 창조 전략 NABC(욕구, 접근법, 비용 대비 이익, 경쟁력)을 찾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폰의 시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애자일은 비즈니스 세계의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입니다.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은 전통적인 경영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조직에게 애자일의 목표, 원칙, 관행에 관한 가장 풍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스티븐 데닝, 개리 해멀 | 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