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앞둔 두 그룹의 대학생 무리가 있다. 한쪽 그룹은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과제 수행에 임했고, 다른 그룹은 본격적인 과제 수행 전에 일단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정리해 공부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한 뒤 시작했다. 일주일 뒤 두 그룹의 성적을 확인했더니 사전에 환경과 상황을 적절히 통제한 그룹이 의지력에만 의존한 그룹보다 훨씬 더 점수가 높았다.

 

단순히 페이스북을 차단하고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다니고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한 게 전부인데, 오히려 공부를 덜한 학생이 의지력을 발휘해 과제를 수행한 학생의 성적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실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적게 노력하고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 습관을 방해하는 ‘마찰력’을 찾아 제거한 뒤 애쓰거나 투쟁하지 않고 ‘그냥’ 공부를 이어갔다고 한다. 똑같은 시간을 공부하고도 성적 차이가 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한 실험이 또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침 달리기’라는 같은 과제를 부여한 뒤, 일주일에 3회 이상 주기적으로 달리기 습관을 형성한 사람들과 한 달에 단 한 번도 달리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를 분석해봤다. 앞의 그룹은 ‘운동장’이나 ‘공원’ 등 달리는 장소, 즉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한 번도 달리지 않은 사람들은 오직 ‘체중 감량’, ‘마라톤 참가’, ‘몸매 관리’ 등 자신이 달려야만 하는 이유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마치 밖에 나가 달리기 위해선 반드시 달리는 동기가 필요한 것처럼 목표와 보상에만 매달린 것이다.

 

평생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상황의 힘’을 연구한 웬디 우드는 일상의 아주 작은 조건을 의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늘 최선을 다하며 살지만 금세 좌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유가 ‘목표’와 ‘동기’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웬디 우드는 전 세계 습관 과학 분야에서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연구자이며, 앤절라 더크워스와 애덤 그랜트 등 세계적인 심리학자들과 협업하는 인간 행동 전문가다. 특히, 주어진 조건 안에서 아주 간단한 개입만으로도 언제나 최상의 선택을 돕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을 고안한 캐스 선스타인은 웬디 우드의 연구를 두고 “누구나 원하는 삶을 손쉽게 누릴 수 있는 파괴적이고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해빗????은 노력과 투지만으로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고 몰아붙이는 세상 속에서, 거꾸로 ‘상황의 힘’에 집중해 애쓰지 않고도 자동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검증된 5가지 ‘습관 설계 법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새해만 되면 많은 사람이 금연, 금주, 다이어트, 자격증 공부 등등 야심 찬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이 목표를 향해 인내심과 끈기를 발휘해 치열하게 돌진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야 할 일은 쌓여만 가고, 일에 치여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가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야식을 시켜먹기 바쁘다. 그러면서도 내일 새벽에 일어나 조깅을 해야 될 생각에 한숨을 푹 쉰다.

 

과연 이렇게 처절하고 힘겹게 사는 게 최선일까? 30여 년간 인간 행동의 근원을 연구한 웬디 우드는 금세 고갈되어 사라질 의지력 대신 주변 상황의 조건을 살짝 바꿔 저절로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 과학’의 힘을 빌리라고 조언한다. “내면의 충동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이 조작되어 있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바꿔 삶을 더 쉽게 만들어라!” 하루하루 노력과 의지력만으로 버티는 삶은 고달프다. 항상 스스로를 착취하는 이런 ‘만성 노력 중독자’에게는 일상 자체가 고난의 연속일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은 커지고 인내심과 자제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감수하고 욕망을 거스르며 힘겹게 살아갈 것인가. 올해에는 ????해빗????이 제시하는 ‘습관 설계 법칙’을 통해 지난 삶의 방식을 점검하고, 새로운 목표들을 현실화할 강력한 자신만의 습관을 설계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