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동양의 세계관은 일원론, 서양의 세계관은 이원론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거시적인 관점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거시적인 관점이 서로 관련 없어 보이고 흩어져 있는 역사적, 사상적 사건들을 큰 맥락으로 정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류의 사상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그 거대한 방향을 손쉽게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동양은 고대 이전부터 위대한 스승들이 등장한 축의 시대까지, 일원론적 세계관을 전개해왔습니다. 인도 《베다》의 범아일여, 중국 도가의 도덕일치, 불교의 일체유심조 등 이 거대 사상들은 ‘세계와 자아의 통합’으로 수렴해왔습니다. 위대한 스승들은 세계와 자아가 그 근원에서 분리되지 않음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서양은 플라톤 이후 이원론적 세계관을 토대로 발전해왔습니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이분화 되었습니다. 세계와 세계의 분리, 자아와 자아의 분리, 그리고 세계와 자아의 분리. 우선 세계는 완벽한 이데아 세계와 불완전한 현실 세계로 나뉘었습니다. 다음으로 자아는 영원불멸의 영혼과 감각적인 나약한 육체로 분리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와 자아는 각각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주체로서의 인간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자아와 세계의 분리가 갖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서양의 이원론은 이 둘을 각각 독립된 실체로 파악합니다. 쉽게 말해서 자아와 세계의 존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세계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내가 죽고 나서도 세계는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상식적이죠. 이원론에 의하면 세계가 실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원론적 관점은 서양 철학의 실재론으로 이어집니다.

반면에 동양의 일원론은 자아와 세계를 분리하지 않기에 이 둘의 존재를 통합적으로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자아와 세계의 존재는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나의 탄생과 함께 세계가 탄생하고, 나의 소멸과 함께 세계도 소멸합니다. 일원론에 의하면 세계의 실체가 자아라는 그릇에 담긴 무엇이기 때문이죠. 내가 세계를 본다는 것은 사실 나의 마음을 스스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일원론적 관점은 서양철학의 관념론으로 이어집니다.
 
인류의 거대한 두 가지 관점, 즉 일원론, 관념론으로 이어지는 동양의 관점과 이원론, 실재론으로 이어지는 서양의 관점이라는 두 관점은 인류라는 거인의 우뇌와 좌뇌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비극이 있었습니다. 균형은 깨어졌습니다. 근현대의 역사가 서양의 승리로 끝나면서 동양의 근현대는 서양을 배우고 모방하는 역사가 된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와 사상은 초라해 보였고, 그래서 우리는 서양인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철학과 사상, 기술과 문화를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우리는 동양인으로 태어난 훌륭한 서양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양의 세계관 위에 당당히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원론과 실재론의 명칭은 낯설지만 그 내용은 매우 상식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서양의 세계관에 익숙하고, 반대로 동양의 세계관은 너무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위대한 스승들이 왜 공통적으로 일원론을 이야기해왔는지, 그 중요성은 잊혔습니다.

이 책에서는 세계를 보는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수천 년간 이어져온 거대 사상들을 쉽게 정리해 기본 지식으로 쌓게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보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흡수해 자기만의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